• ‘봉합이냐, 분열이냐’ 한나라당이 4·25재보궐선거 이후 또다시 ‘파국의 갈림길’에 놓였다. ‘강재섭 중재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양보 없는 대립을 펼치면서 당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차 분수령’이 될 상임전국위원회(15일)를 하루 앞둔 14일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강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되는 등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의 움직임은 숨 가쁘다. 박근혜·이명박이 각자의 길을 가는 ‘파국’을 막기 위해 중립지대 의원들을 비롯해 중진들의 중재에 나서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해 홍준표·박진·전재희·전여옥 의원 등 중립지대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해법을 논의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당내 중재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서로 종류가 다른 얼음과 숯도 서로를 돕는다(빙탄상애, 氷炭相愛)고 하는데 하물며 같은 당에 있으면서는 사기종인(舍己從人,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앙망한다”며 ‘빅2’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울타리가 무너져 말이 달아나면 나중에 울타리를 다시 고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상임전국위나 전국위에서 표 대결하는 경우 당의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판을 멀리 내다보고 양보의 미덕을 발취해 줄 것을 100만당원의 이름으로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의 대주주인 두 분이 당의 앞날을 생각해서 좋은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중진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으니 좋은 결과 나오지 않겠느냐. 고스톱도 상대방이 있어야 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양 진영을 접촉해 본 중립성향의 의원들은 “쉽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쪽 캠프 인사를 만나고 있는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양쪽을) 접촉하고 있지만 오히려 점점 냉각되고 있는 것 같다”며 “새로운 중재안을 자꾸 내는 것보다 양쪽 입장을 절충하자는 것인데 이견이 워낙 커 잘 모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듯하다. 양쪽이 언론에 나와 서로를 비방하면서 상처를 입혀 간극이 더 벌어지는 듯하다”며 “결정이 나기 전까지 서로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 “양쪽 캠프의 여러 사람들을 접촉해 봤지만 쉽지 않다. 긍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크게 봐서 후보들이 나라와 당을 위해 결단을 내리는 것만이 가장 있을 법한 (중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하루가 남았다”며 극적인 타결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당내에서는 내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 개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본다. 김학원 의장이 대선주자간 합의를 보지 않은 중재안 상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박 전 대표 캠프도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도 강경한 자세를 꺾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분열’이라는 데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한숨 소리만 커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