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52) 후보가 53.06%를 득표해 46.94% 득표에 그친 루아얄 여성 후보에게 낙승을 거두고 프랑스 5공화국의 6번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파업과 저성장, 고실업이란 고질병으로 허덕이며 유럽의 맹주자리를 위협받던 프랑스의 선택은 과거 정치와의 '단절'과 자유 경쟁시장 중심의 과감한 경제 개혁을 주창한 불도저와 바지 입은 대처라는 별명을 가진 사르코지를 선택했다.

    최초의 프랑스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루아얄은 왜 좌절했나

    좌파와 우파, 남과 여의 성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007년 프랑스 대선은 결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골렌 루아얄은 사회당 미테랑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출발, 1992년 가족 장관과 환경 장관을 역임하며 작년 11.16일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녀는 경량급 대선후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부의 정책 실패와 사회당의 기존 정치인에 싫증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며 유력 대선주자로 승승장구 해왔다.

    사회당의 루아얄은 대통령 당선자 사르코지를 한번도 추월한 적은 없었으나, 부동의 여론 지지율 2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녀는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인 사르코지 후보 31.18%에 이어 강력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프랑수아 바이루(민주동맹)의 18.57를 누른 25.87%의 지지를 받아 결선에 오르며 대역전의 꿈을 꾸기도 했다.

    루아얄은 가족 장관 시절 학교 폭력과 아동 포르노물 척결, 남성 출산 휴가를 도입하며 대중의 각광을 받았다. 그녀는 2004년 푸아투-샤랑트 지방 의회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2007년의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주요 정치적 인물로 부상했다. 루이얄의 높은 대중적 인기는 개인적인 능력과 세련된 외모, 4자녀의 어머니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성공한 데서 기인했다.

    루이얄은 프랑스 정계를 장악한 남성들과 대비되는 여성특유의 강점과 인터넷을 통한 대중 참여방식 등 기존의 정치를 바꿀 새로운 정치 대중스타로서 대통령 당선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정책 컨텐츠의 빈곤, 이미지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언론인터뷰에서 드러난 경험 및 능력, 지식의 부족, 해외 순방에서의 잦은 외교적 실수 등은 그를 궁지로 몰고 간 요인이 되었다. 캐나다 퀘백주의 독립을 원하는 듯한 발언, 레바논 방문 시에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미친 짓이라 표현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루이얄은 새로운 지지층을 잡기 위해 좌파적 공약을 퇴색시키다 비난이 일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일관성 없는 정치행태로 국민적 신망을 잃어갔다. 이 때문에 루이얄은 실력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외교, 안보 분야에서 국정 운영 능력이 부족하고 여러 측면에서 대통령감이 못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루아얄은 선거막판의 케치프레이즈를 ‘여성을 엘리즈 궁으로’ 를 내세워 여론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층으로부터도 역풍을 받아야 했다. 또한 그녀는 5. 2일 있은 대선주자 간 TV 토론회에서 지지율 2위의 조바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흥분된 격렬한 어조로 여권인 사르코지 후보를 공격하다 상대로부터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이 쉽게 흥분하면 안 됩니다. ”상처를 받으면 국민이 분열 됩니다” 라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결론적으로 루아얄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12년 통치와 실정에 실망한 국민들로부터 이미지로 하나로 각광을 받았으나, 대통령으로서의 능력 및 자질, 함량미달의 정치적 능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강한 그녀의 권력의지와는 달리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던 것이다.

    프랑스 국민은 왜 사르코지를 선택했나

    톨레랑스(Toleranceㆍ관용)의 나라 프랑스는 저성장과 고실업에 시달리는 프랑스 경제의 ‘허약체질’ 개선을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즉 분배정의의 전통 속에 저 성장, 고실업으로 인해 불능상태로 치닫고 있는 프랑스 경제의 재건을 위해 민심은 과거와의 단절 속에 실용주의적 경제성장을 공약한 사르코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 때도 열차는 달릴 것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자” 는 사르코지의 구호는 저성장과 고실업, 짧은 근로시간과 고임금, 되풀이 되는 파업 등으로 표현되는 프랑스의 고질병을 치유를 위한 그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사르코지는 이 같은 프랑스의 고질병에 과감히 메스를 대겠다고 호소하며 프랑스인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이는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연금 삭감 공약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게 된 중산층 이상의 중장년 세대가 오히려 그에게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는 역설이 잘 증명한다. 그들은 지금 잠시 손해를 보지만 성장의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것이 종국에는 큰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다.

    사르코지는 민족주의인 드골주의와의 결별, 프랑스 일국주의가 아닌 세계 보편주의의 신념을 통해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을 배양시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헝가리 이민자의 아들인 당선자에게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현대화’를 위한 진정한 변화를 일으켜 줄 것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시라크 집권 12년과 미테랑 집권 14년이 지난 오늘날 프랑스는 분배와 복지 만능주의로 인해 유럽 대부분 국가보다 성장률은 낮고 국가의 부채와 실업률은 높다. 시장 친화적인 경제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각종 경제정책 등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사르코지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은 현명했다고 본다.

    사르코지는 사회주의 정부 시절의 뿌리 깊은 유산인 ‘35시간 근로제’를 시정하고 더 일하는 사람을 우대하며, 일의 권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다짐하고 있다.

    우파인 자크 시라크 정부도 프랑스 경제의 각종 고질병에 대해 늘 고민을 해왔지만 그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적 실망만 안겨주었다. 이에 반해 사르코지는 프랑스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친미도 할 것이며, 미국식 경제모델도 모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당선자는 이제 프랑스 경제를 좀 먹는 고질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줌으로써 새로운 프랑스를 만들어 나아가야 할 민심의 명령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7 대선,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우리는 글로벌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한.미 FTA 시대의 개막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글로벌 ‘경제전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한국경제의 국가성장 동력은 더욱더 쇠락하고 있다. 선진국은 더 멀리 앞서가고 있고, 경쟁국들은 도약하고, 후발국들은 거센 도전을 하고 있는데도 유독 대한민국만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국가는 주저앉고 있고 민심은 암담함에 통곡하고 있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내일에 대한 희망을 말하는 이가 없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단 한가지뿐이다. 후진국으로 주저앉느냐,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웅비(雄飛)할 기회를 잡느냐? 는 것이다. 그 ‘선택’은 프랑스 국민들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이념의 굴레에 경제를 종속시키고자 하는 이. 국정 및 경제에 대한 컨텐츠가 담보(擔保)되지 않고 이미지 정치로 연맹하고자 하는 인물에 대한 분명한 식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최초의 프랑스 여성 대통령을 꿈꾸던 세골렌 루아얄의 실패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프랑스가 경제적 실용주의로 무장한 시장친화적인 인물인 사르코지를 통해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꿈꾸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2007 대선의 선택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정치에 종속된 경제가 아닌, 경제를 위한 정치가 될 때만이 무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의 선진 경제대국 도약도 가능한 것이다. 12월에 있을 제 17대 대선의 국민적 선택도 이 기준에 모아질 것임을 확신한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