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국가지도자의 최고 덕목을 원칙과 도덕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지도자 뿐 아니라 사화 각계의 지도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하는 이와 같은 국가지도자 상을 언급할 때 마다 본인은 항상 이에 부합되는 삶을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피력하곤 했습니다.

    -귀하가 말하는‘원칙’은 오직 박근혜만을 위한 원칙 아닙니까?-

    박근혜 전 대표! 나는 귀하가 원칙을 강조할 때 마다 인간의 상식과 양심에 대한 숙고의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는 님의 97년 정치입문 때부터 지금까지의 정치행보를 관심 속에 지켜본 사람으로서의 소회(所懷)입니다. 이에 대해 귀하의 원칙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몇 가지에 대해 질문하고자 합니다.

    1. 서청원의 영입과 원칙, 당헌.당규- 박근혜를 위한 이련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4.9일 조폭 위의 조폭으로 우뚝 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지난 2002년 10월 프라자 호텔에서 대선불법 자금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청원 전 의원을 캠프의 좌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대선 불법자금을 당이 아닌 사위에게 건네 준 인사입니다. 서 전 의원은 2004년 8월 1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 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고 항소, 2005년 8월까지 항소심 재판을 받았으나 그해 광복절 특사를 노리며 항소심을 포기했습니다. 금년 대통령의 측근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광복절 사면을 받았습니다.

    박 전 대표께서는 지난 총선의 천막당사 시절 부패와의 단절을 이렇게 선언 했습니다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유죄가 확정되면 당직자는 영구 제명 조치를 하겠다" 님이 한 말씀 아닌가요? 이런 귀하가 2002년 대선 당시 당 대표로 있으면서 ‘차떼기’를 주도한 부패의 상징적 인사인 서청원 전 의원을 캠프의 어른으로 영입한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그는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당을 ‘차떼기 당’으로 전락시킨 죄질이 극히 나쁜 인물이 아닙니까?

    박 전 대표! 님은 지난 강재섭 대표에 대한 퇴진 여론이 일 때 님의 후원아래 있는 그를 보호하고자 “천막당사 시절부터 당을 다시 세웠던 저력이 있는 만큼 그때마다 당헌·당규에 따라 올바르게 처리하면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귀하의 무원칙을 볼 때 말씀하시는 당헌. 당규는 오직 박근혜를 위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음을 고백합니다.

    2. 귀하의 행정수도 이전 때의 오락가락 처신을 회고(回顧)해 보십시요.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안에 대해 정략적이라며 단호히 반대했으나, 총선을 앞둔 2003년 연말에는 충청권 표 때문에 찬성했습니다. 총선에서 당이 충청권에서 몰락하자 당시 대표인 귀하가 나서서 이에 대한 찬성은 표 때문이었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수도이전 당론을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헌재의 수도이전 기각 결정이 내리자 귀하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이 반영되었다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 때 박 전 대표의 활짝 웃는 모습이 공중파 방송에 인상적으로 나오기도 했지요.

    이후 귀하와 당은 여권이 수도이전의 변형인 ‘행정중심 복합 도시 안‘을 헌재에 내어놓자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 안이 헌재를 통과하고, 충청권의 압박 요구가 거세어 지자, 귀하는 국가의 수도를 사실상 분할하는 안을 전체의원 121명 중 83명이 의총에 참석, 재적의원 과반 수치에 미달인 46명 찬성에도 불구, 여야 합의하에 전격. 통과 시켜 주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당시 많은 국민과 시민단체 등은 이 안이 행정수도 이전보다 더 망국적 법안이라며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박 전 대표! 귀하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에 대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한 것도 모자라 당과 국민여론을 수렴하고자 하는 어떠한 의지도 없이 이 안을 결행한 님의 모습은 오직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충청권을 활용하겠다는 모습 그 자체로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때를 회고(回顧)하며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길 바랍니다.

    3. 원칙을 강조하는 귀하의 철 따라 다른 대북정책은 무엇을 말하나요?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후인 2002년 5월 보수진영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국군포로 이산가족 포함. 육로통한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설치. 금강산댐 공동조사 등을 확인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귀하께 각별히 의전을 갖추며 예우했죠. 당시 한나라당은 귀하의 방북과 김정일 면담 등이 북의 남한에 대한 대선개입용이라며 강력하게 비판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귀하는 그해 9월“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대북정책은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이와 같이 6.15 공동선언의 전도사 같은 역을 자임하다 11.19일 ‘그 숨이 막히는 한나라당’에 복당했습니다.

    박 전 대표! 2004년 9월 국가보안법 파동이 일자 귀하와 한나라당은 ‘반국가단체’ 규정은 유지하되 제7조(찬양·고무), 제10조(불고지죄) 등을 폐지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후 당내 보수파의 반발이 있자 ‘국가수호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 시키는 등 보수 강경으로 회귀하는 등 갈팡질팡 했습니다. 이 때 열린당 이철우 의원을 간첩혐의로 몰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이후부터 귀하는 국가정체성을 입에 달고 다니며 지난 7.11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후원하는 강재섭. 이규택. 전여옥 당 대표 후보 등을 내세웠습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명박 전 시장. 이재오 후보는
    색깔론으로 난도질 당했습니다. 이런 흑색선전의 산물이 바로 민심을 농락하고 당심을 현혹시켜 강재섭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귀하가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자신의 기존주장을 뒤엎고 “6자 회담의 단계적 해법을 강조하는 미국만의 방식을 고집하지 말라며”정부특사 같은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핵 포기를 전제로 달았지만. 미국에게 북한 경제재건을 골자로 한 대담한 인센티브 제안을 해야 한다며 북한판 마셜풀랜’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2006년10월9일 북한 핵실험이 나던 바로 며칠 전, 독일에서 했던 소위 '박근혜 독트린'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친박근혜 진영의 이명박 전 시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색깔론과 귀하와 지금의 모습은 과연 원칙과 일관성이 있습니까?  친박근혜 진영은 이들에게 노골적으로 국가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 질문하며 지속적으로 공세를 폈습니다. 님이 김정일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한 적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귀하의 잣대로 따지면 님을 엄청난 '친북 좌파주의자'라 몰아붙여도 할 말 없는 것 아닙니까?

    -귀하는 선(善)이고 이명박 전 시장은 악(惡)의 대명사입니까?-

    박근혜 전 대표! 전여옥 의원이 귀하의 캠프 전체가 ‘박근혜는 선(善), 이명박은 악(堊)’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 사고의 본류(本流)를 귀하로 보고 있습니다. 즉 박 전 대표께서 입만 열면 내뱉는 원칙과 도덕은 바로 이에 대한 내면의 발로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표! 귀하는 당 화합의 의미에서 마련된 대선주자와 당 대표. 원내대표의 4자 회동에서도 공개 때에는 미소를 짓다, 비공개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경선 룰을 들먹이며 이명박 전 시장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박 전 대표! 저는 귀하와 그 캠프에서 현 국가파탄의 주역이면서도 오직 자화자찬(自畵自讚) 놀음에 매몰되어 남들이 비웃는 줄도 모르고 설치는 이 시대의 ‘벌거벗은 대통령 노무현과 그 정부’의 어두운 잔상(殘像)을 보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숱한 도덕적 의혹들은 지난번 선거법 위반을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실로 드러나거나 내용이 밝혀진 것이 없는 ‘카더라 통신’에서 근거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귀하에 관해 유포되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님이 청와대 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재판과정 또는 유력인사들의 회고록, 언론 등을 통해 사실관계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명박 전 시장 측은 귀하의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귀하 진영에 대한 이명박 전 시장의 공격도 대부분 님과 캠프에서 숱한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 포탄을 쏘아 올릴 때 수세적 방어차원에서 기인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언론을 통해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요.

    박 전 대표! 귀하는 과연 선(善)이고, 이명박 전 시장은 악(惡) 그 자체입니까? 나는 악에 근접하는 가장 위험한 신호를 피아(彼我)를 구분 속에 자의적으로 선(善)과 악(惡)을 규정하는 교만함이 내면을 휘저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대의 스승들도 인간의 죄는 교만함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깊이 숙고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리면서 귀하의 대승적 모습을 고대해봅니다.

    추신-마지막 서신에서는 당면 현안인 경선 룰과 관련된 내용으로 뵙고자 합니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