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노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정운찬을 빗대어 실명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방위적 비판을 가했다. 역대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차기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노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여지없이 노 대통령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 후보를 위한 정지작업에 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노 대통령은 언젠가 선거는 공정 관리하겠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 뜻은 대통령도 정치인의 부류이기 때문에 정치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대통령들이 취했던 차기 대통령 예비후보에 대한 침묵 일변도의 태도와는 자못 정반대인 특이한 대통령의 발상이자 행동양식이다.

    노 대통령이 누구를 겨냥하여 말로써 아니면 글로써 손 만보면(?) 무엇인가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일견 보여 왔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고건 낙마가 그렇고, 정운찬 도중하차 선언이 그렇고…

    노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어 닥칠 수 있는 12월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벌써부터 대선에 대비한 비장한 활동에 이미 들어갔다고 보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원치 않는 사람이 대선에 승리할 경우, 그것은 노 대통령 자신과 노 대통령을 보좌했던 집권세력에게는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고, 또 대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직 대통령 비애를 잘 알고 있는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욱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퇴임 이후를 면밀히 대비해야 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추앙받는 입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이 지목한 사람이 대통령되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역사가 퇴행하는 게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표현한 노 대통령의 말 뜻 이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또 지난 1월 달에는 ‘실물경제를 좀 안다고 경제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은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이 손 전 지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노 대통령은 ‘남의 양어장에서 낚시를 하면 안 된다’고 정동영과 김근태 전 의장에게 은유적으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 대선예비주자뿐만이 아니라 여당 대선예비주자까지도 마음에 없는 사람일 경우에는 비유법이나 은유법을 사용해서 애써 제쳐버리는 듯 한 언어 구사를 하는 모양새다.

    예컨대 정동영·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에 대하여 노 대통령은 두 사람을 각각 통일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욕만 실컷 먹었다고 야릇한 뉘앙스를 풍기는 비판을 스스럼없이 한 적이 있다.

    이렇듯 잇단 노 대통령의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비판은 결국 차기 대통령 선거에 깊숙이 관여하겠다는 아니, 이미 관여하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당찬(?) 모습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노 대통령의 발언은 노 대통령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은 2007 대선 로드맵을 밝힌 셈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주자가 취해야 할 행동으로 다음 여섯 가지를 들었다.

    1. 과감하게 투신할 것
    2. 저울과 계산기를 버릴 것
    3. 소신과 정책을 말할 것
    4. 대통령 되려면 정당에 들어갈 것
    5. 경선회피하지 말 것
    6. 대의명분 세울 것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현재 대선예비주자를 상정하여 썼다는 짙은 인상의 글을 남겼다.

    “…전략(前略)…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반사적 이익만으로 정치를 하려 해선 안 된다. 대안도 말하지 않고 국민들 불만에 편승하려는 건 소신도 아니고 대안도 아니다. (정치에서) 거저먹으려 하거나 무임승차해선 안 된다.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후략(後略)…”

    다수 언론은 위의 말이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를 주로 지칭하여 공격한 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나름대로 추론해 보자,
    잘못한 일은 솔직히 밝히라는 말은 약점이 꽤나 있다고 회자되는 어떤 예비후보의 약점을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솔직히 밝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경고성의 뜻을 A 후보에게 전달한 것 같고,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주고 국민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A와 B 후보에게 동시에 전달하는 말인 것 같고, 반사적 이익만으로 정치를 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야당권의 인사를 겨냥한 말인 것 같다.

    또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은 열린우리당의 C, D 및 지금 독자행보를 하고 있는 E 후보를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지목했던 대선예비주자 두 명이 비록 낙마 내지 도중하차했지만, 과거 행적에 비추어볼 때 도덕적 결함이 없는 대선예비후보까지 대통령의 막연한 지칭으로 낙마될 수는 없다.

    또 아무리 현존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도 약점이 없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인생을 살아온 정치인을 낙마시킬 권리도 없거니와 낙마시킬 능력도 없을뿐더러 낙마될 대선예비후보도 없을 것이다.

    약점이 없는 후보라면 부당한 권력에 대하여 강한 항거를 할 것이며, 약점이 있는 후보라면 대통령의 말에 순순히 운명을 맞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말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예비후보가 약점이 있고 어느 예비후보가 약점이 없고를 노 대통령이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예비후보들에게 은연중에 알려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정보를 포함하여 현존권력의 최정상에 있는 권력자일 테니까…

    따라서 약점이 없는 예비후보들은 노 대통령의 말에 전혀 개의할 필요 없이 본인이 목표하는 길을 가면 될 것이다.

    지금 노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 대비한 고도의 정치공학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자기가 목표하는 2007 대선 후보자를 탐색하거나, 물색하는 과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노 대통령이 누군가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속된 말로 약점이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못되게 할 수 있는 현존권력의 중요성 때문에 대통령의 말에 언론이 지극한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