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5.25재보선 선거에서 참패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 책임을 두고 수습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내홍을 겪었다. 당대표가 수습안을 내고 두 대선주자가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면서 일부에서는 당의 분열까지 거론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두 대선주가가 모두 강재섭 대표의 수습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일견 위기로 보이던 내홍이 수습되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문제가 풀리지 않고 겉으로 봉합되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봉합정도도 아닌 야합이라고 하였다. 이런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의 앞날을 여전히 불안하다.

    이번 한나라당의 위기는 크게 보아 2개의 원인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당 차원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두 대선주자간의 문제다. 당 차원의 문제 역시 2개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당의 정체성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경선의 공정한 관리의 문제다.

    당의 정체성 문제는 이미 여러차례 언급한 바가 있지만 한나라당이 자유애국진영 또는 보수진영의 이념과 가치를 진정으로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에서 나온 위기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취임하면서 인명진 목사를 당의 윤리위원장으로 의뢰하면서부터 정체성 차원의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2.13합의 이후 한나라당이 보인 대북정책의 수정은 자유애국진영을 완전히 배신하는 수준이었고 친북반역세력보다 더 반역적인 것이었다. 한나라당은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되었던 것이다.

    경선관리문제는 당이 경선을 주도권을 쥐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두 대선주자의 경선규칙을 둘러싼 싸움을 방치한 데서 비롯된다. 아무리 대선주자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당원자격으로 경선참가 자격이 주어진 것인만큼 경선규칙은 두 당사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정성이 핵심가치인 경선 규칙이 당사자간의 싸움으로 번진다면 누구도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만은 당 대표가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고 경선참가자의 이해득실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공정하게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기준을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친북좌파세력을 이길 수 있는 가에 판단의 기준을 두어야지 당내의 경선에서 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기준으로 경선 규칙을 논해서는 안된다.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당대표가 독재권을 행사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당대표가 특정 대선주자와 가깝다는 말이 나오면 당이 파탄에 이를 수 밖에 없으므로 당 대표는 과거의 인연을 모두 끊고 정말로 공정한 입장에서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적합한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향에서 경선 규칙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두 대선주자 및 이들 사이의 문제다. 우선 두 대선 주자 모두 이념 측면에서 지지세력인 보수진영 또는 자유애국진영으로부터 흔쾌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어떤 가치를 표방해야 하는지 자신들이 어느 세력을 대표하는지 혼돈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은 당연히 표를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전통적 지지세력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친북좌파세력과 별로 다름이 없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거전략이고 치부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본 것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밝혀야 하고 그것이 자유애국세력이 원하는 한나라당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이념과 맞는 정당을 찾아가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함께 두 대선주자의 이념적 색깔도 지지세력이 흔쾌하게 지지할 수 없는 요인이란 것, 그리고 대선주자의 이념이 곧 한나라당의 이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들의 지지세력의 이념을 명확하게 대표하도록 이념적 성향을 분명하게 하여야 한다.

    다음은 두 대선주자간의 경쟁이 지나쳐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공동의 적이 누구인지 망각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지지세력을 실망시키는 원인이다. 서로 한나라당 내의 경선에서의 승리가 목숨을 걸어야 할 싸움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나 우리들이 보기에는 당내 경선은 아름다운 축제여야 하고 공동의 적인 친북좌파세력에 대한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러한 지지세력의 기대를 저버린 지나친 경쟁의식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게 하는 한 요인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쟁의 한 진영에서 검증을 이유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수준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것이 이전투구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으며 다른 진영에서는 당장의 높은 지지도를 내세워 당권을 장악할 수도 당을 분열시킬 수도 있다는 식의 막가파식 대응도 우리를 실망시키는 원인이다. 이들 모두 한나라당의 일원이며 한나라당 내에서 상호 존중하면서 아름답게 경쟁하기를 우리는 원한다.

    결국 한나라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당대표가 공정한 자세로 경선을 이끌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당대표가 경선규칙과 관련하여서는 절대적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물론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경선결과에 대해 누구도 승복하지 않는 파국이 초래될 것이란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오직 대선에서의 승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경선 규칙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여야 한다. 두 대선주자 역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상호 경쟁이 친북좌파세력에 대한 경쟁보다 더 치열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사태와 관련하여서는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더 우리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노 대통령은 4.25 재보선과 관련하여 "왜 한나라당 참패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열린우리당의 패배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또한 "정치에서 후보보다 중요한 게 정당"이라고도 말했는데, 이 역시 옳은 지적이다. 그리고 대선주자 6계명에 대해 말하였는데 이 역시 한나라당이 경청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 한 6가지 중 저울과 계산기는 버려라, 소신과 정책을 말하라, 대의명분을 내세워라 는 발언은 우리 모두 경청해야 할 요소가 있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앞세우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 길만이 한나라당이 나아갈 길이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