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대선 승기’를 잡겠다고 벼르던 4·25재보궐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선에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까지 총출동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판세가 어렵게 돌아가는 원인을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 데서 찾는다.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무소속 후보와의 대결로 치러지면서 ‘정권교체세력 vs 정권연장세력’의 대결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유세 현장에서 ‘무소속 후보 = 열린당 후보’를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와 대선후보를 포함해 모든 당원이 최선을 다해 운동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열린당이 (재보선을) 피하고, 무소속 후보와 선거하기에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번 재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정권연장 세력 대 정권교체 세력 간의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사로운 정이나 지역의 자존심보다는 잃어버린 10년을 연장할 수 없는 중차대한 선거”라며 “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지역이 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재보선 현장에서 뛰어보니 어렵고 힘든 선거라는 것을 매일 절감하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열린당과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인 국민중심당이 속임수·야바위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국의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와 국민중심당 후보에 고전하고 있다”며 “그 뒤(무소속 후보와 국중당 후보)에 열린당이 꽁꽁 숨어 있고 통합신당모임이 도와주는 '더티플레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 때 탄핵역풍 속에서도 후보를 냈다. 돌팔매를 맞고 비판을 받더라도 심판을 받겠다는 공당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있었다”며 “열린당은 국회의원 보선 세군데 중 한군데만 후보를 냈다. 대전의 경우 박범계 변호사가 그만뒀을 때 살신성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서구을에서) 국중당 심대평 후보가 되는 것은 열린당의 승리·당선을 뜻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무소속 후보 뒤에 꽁꽁 숨어 있는 열린당은 공중분해를 앞두고 있다. 문을 닫고 이런 식의 야바위꾼 정치는 하면 안된다”고 비난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열린당은 어디서는 국중당 후보를 지원하고 어디서는 민주당 후보를 밀고 있으며 어디서는 무소속 후보조차도 뒤에서 숨어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며 “한나라당 후보만 떨어뜨리면 열린당이 이기는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을 국민이 모를 리 없다. 집권세력은 국민과 역사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국회브리핑에서 “4·25재보선은 12월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향방을 좌우하는 시금석”이라며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가담한 정치세력에게 표를 준다면 오판을 부추겨 무능한 좌파정권의 연장을 도와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해 정권교체를 앞당겨야 하며 책임정치를 파괴하는 사이비 정치세력들에게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며 “열린당은 보이지 않는 손을 거두고 떳떳하게 무대 위로 등장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