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연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유 장관이 범여권의 잠룡이라는 점과 그의 정치행보가 정치지형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한나라당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그의 사의표명에도 복선이 깔려있다는 판단을 하는 분위기다.

    8일 유기준 대변인을 통해 유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9일에는 당 최고지도부 회의에서 다시 유 장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시민 장관의 사의표명을 보니까 국민연금법을 갖고 다른 장난을 치기 위해 사표정치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당연히 (유 장관의)사표를 수리하고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국민연금법안 부결 책임은 당연하다"며 "노 대통령도 이미 탈당했는데 열린우리당 당원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비난한 뒤 "오늘 당장 사퇴하든 청와대에서 사표를 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섭 대표도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제도 개혁이 무산된 것을 두고 여권이 적반하장격으로 책임을 한나라당에 전가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권은 엄청난 개혁이나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한나라당의 안처럼 덜받고 덜내는 국민연금법안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유시민 장관의 사의표명에 좌고우면하고 있다. 고슴도치도 자기새끼는 부드럽고 윤기가 있다고 하는데 유 장관의 사의표명에 대해 이런 형국이 아닌가"라며 "사퇴를 하려 했으면 노 대통령이 탈당할 때 하는게 마땅한데 국민연금법이 부결된 뒤 사퇴하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대선중립내각을 위해 하루빨리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뒤 "국민연금법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대선전략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