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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선생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지지율은 왜 이리 안 오릅네까?”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 사정에 이북의 정치적 관심이 대단하다. 대선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판단하는 듯한 모습이다. 뉴데일리는 28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전 통일부 장관)과 박재규·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의 개성공단 방문에 동행, 이북 관계자들로부터 한국 정치상항에 대한 관심 정도를 직접 알아봤다.
정 전 의장이 이끈 방북단이 이북 출입국관리사무소(CIQ)를 통과하자마자, 이북에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개성총국) 관계자와, 민족화해협력위원회(민화협) 소속 관계자 등 10여명이 교대로 방북단을 안내하면서 방문 일정 내내 함께했다.
현지 주민과의 대화가 일절 봉쇄돼 있었던 만큼, 한국에 대한 이북의 정치적 관심 정도는 대부분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개성 총국의 몇몇 관계자들은 정 전 의장을 비롯 전직 통일부 장관 3명의 방문인 만큼,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개성총국 본부인 평양에서 개성공단으로 급파돼 왔다.이들은 정 전 장관 등의 방북단 일행보다도 더 많은 기자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내보였다. 이들은 유독 열린당의 향후 운명과 한국 평화세력의 집권가능성 여부 그리고 일부 범여권 인사의 대선 지지율에 대한 대화 등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한나라당의 최근 남북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방북기자단의 몇몇은 자세한 한국 정치현실까지 거침없이 말하는 이들에게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개성총국 소속의 한 참사는 정 전 의장 등과 함께 개성공단을 둘러보던 기자들에게 다가와 “정 선생 지지율이 올마나 됩니까?”라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이에 “잘 나올 때는 6%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이 참사는 “6%밖에 안 됩니까”라며 기자의 답변이 ‘잘 못 됐다’는 듯한 뉘앙스를 내보였다. 이 참사는 이어 “기자선생은 어느 신문입메까”라고 물으면서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은 사사건건 뒷다리 잡고 하는데, 우리는 조중동만 빼고는 모든 기자선생들은 반갑습네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북측 민화협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이북측 관계자는 한국의 정치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남한 기자단과 주고받던 도중, “(한국에서)내정간섭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개성공단 사업이 부진할 경우 주책임자”라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고 올 연말 대선 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다’고 기자들이 말하자, “그래서 더욱 걱정입메다.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 사업이야 계속은 되겠지만, (속도는)느려질 것 아닙메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번에도 개성공단을 방문한 남측의 한 기자에게 조중동 얘기를 실컷 했더니 표정이 안좋아서 ‘기자선생은 어디 신문입메까’라고 물었더니 아무 말이 없이 가버렸습메다”라면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다른 개성총국 소속의 이북 관계자는 대끔 한국 기자들에게 따지듯 “왜 (주간)동아일보는 안희정씨의 기사를 썼드랬습니까”라며 “여기 동아일보 기자도 왔습메까”라고 물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 추진설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씨가 이북의 관계자를 만났던 것으로 보도된 사실을 겨냥했다. 이에 기자들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고 하니까, “다 압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성총국 참사는 ‘올해 남측의 대통령 선거에서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묻자,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서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습메다. 우리가 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 어떻게 알갔시오. 그런데 민심을 거스르면 안되지 안갔습메까”라고 했다. 또 “사사건건 겨레의 통일을 방해하는 자들이, 기자선생들은 누군지 다 알갔지만서도 민심을 거스르는 자들은 (대선에서) 안되지 안갔습메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 수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근본은 변하지 않고 손바닥 뒤집듯 하는데 그걸 어찌 믿갔시오”라면서 잘라 말했다.
경제대학을 나왔다는 또 다른 개성총국의 한 관계자는 “조․미 부따(한미 FTA)에 대해 남측은 어떻습메까”라고 물으면서 “우리 말에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하지 않았갔시오. 반대쪽이 아무래도 강한 것 아닙메까”라고 했다. 유독 한미 FTA에 대한 문제에 대한 얘기가 계속 이어진 데 대해 기자가 ‘평양에 가시면 이것을 보고서로 쓰셔야지요“라고 묻자, ”기자선생들처럼 (기사쓰듯)쓰는게 아니라, 그냥 씁메다“라면서 크게 웃었다.
이외에도 북측 관계자들은 “열린우리당이 말이 많은데 어째 되는 겁메까. (함께 방북한 박영선 의원을 가리키며)그럼 비례대표 의원들은 어찌 됩메까” “왜 KBS 기자들도 정연주 사장을 반대합메까” “조중동만 빼고 남측의 기자선생들은 다 진보 아닙메까” 등의 질문을 했다. 그들은 또 ‘남측 소식을 어떻게 잘 아느냐’고 묻자, “조중동 뿐만 아니라 주간지, 월간지까지 다 봅메다”고 말하고 특정 주간지가 특정 언론사에서 만든다는 것까지 안다며 “너무 많아서 다 보기도 힘들고 골라서 봅메다”라고 답했다. ‘인터넷 언론에 대해서는 아느냐’고 묻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다가, “우리 북측 표현에 ‘오마니’라는게 있어서 생각나는 것은 있습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관계자들은 정 전 의장의 방북단과 일정을 함께 하면서도 자신들이 잘 모르는 내용이나, 이북 사정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개성시내의 풍경에 대해서는 질문을 해도 일절 함구했다. [=개성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