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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대선구도가 다각화 되면서 정치권은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특히 경선구도가 ‘빅3’에서 ‘빅2’로 바뀐 한나라당은 손 전 지사 이탈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진영간 이번 사태에 대한 유·불리를 분석하느라 바쁜 가운데 ‘손학규 탈당’의 최대 수혜자가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보수색채 강화다. 개혁적 성향이 강한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가 빠짐으로 해서 당의 이념좌표가 좀더 오른쪽으로 이동, 중도·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1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손 전 지사가 점하고 있는 중도나 진보 또는 개혁 진영의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손 전 지사가 없으면 본선이 어렵다”며 “상징성 있는 개혁성을 갖고 있는 손 전 지사가 참석하지 않으면 예선이나 본선을 물론 국민적 관심도도 줄어들 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상당이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손 전 지사의 탈당 기자회견이 예고된 1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당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변화와 개혁의 시금석이고 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지의 대변자, 다양성의 상징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손 전 지사를 잡았다. 한나라당 경선 흥행과 대선 승리를 위해 ‘개혁성향’을 선점하고 있는 손 전 지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개혁성’으로 대변되던 손 전 지사가 탈당한 만큼 그의 자리를 메울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 의원이 부각되는 것이다. 원 의원은 당내 소장파의 좌장격으로 개혁 이미지가 강하지만 ‘빅3’인 손 전 지사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손 전 지사가 사라진 만큼 ‘개혁’이라는 이슈를 원 의원 혼자 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손 전 지사와 원 의원 양쪽으로 갈려져 있던 당내 개혁 세력이 원 의원 쪽으로 단일화될 수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개혁세력을 대변하던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의 ‘수구·꼴통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다”며 “당으로서는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남아 있는 대선주자 중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원 의원을 띄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원 의원이 말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개혁·진보성향의 유권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원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내 젊은 의원들이 힘을 모아 한나라당의 개혁진영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밀어닥친 줄 세우기 바람에 흔들려 버렸다”며 “손 전 지사와 내가 한나라당내 개혁세력의 폭을 넓히고 다양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손 전 지사가 빠지면 공간이 많이 빌 뿐만 아니라 그 짐이 나한테 오는 게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