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취문제로 고민하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슬기롭고 헌신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던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19일 손 전 지사가 결국 ‘탈당’을 선택하자 “가장 실망한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손 전 지사로부터 “전 최고위원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손 전 지사는 ‘내가 벽돌이냐, 여기서 빼다 저기다 끼워 넣게’라고 했지만 그는 ‘벽돌’이 되고 말았다. 내게 벽돌 한 장으로 남은 ‘손학규’라는 정치인, 정치권에 들어온 뒤 가장 실망한 정치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손 전 지사가 ‘죄송’한 것은 당원도 국민도 아닌 ‘기자’들이었다”며 “그리고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대권후보로 만들어준 한나라당에 대해 ‘군부잔재와 개발독재’가 주인행세를 하기 때문에 탈당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없는 살림에 당비 내며 10여년의 비바람을 견디며 한나라당을 지탱해 온 우리 100만당원들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이별 방식’을 택했다”며 “권력의지라는 것, 대통령 자리가 저렇게 무서운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주인’행세를 하면서 온갖 영화는 다 누린 실제로 ‘주인노릇’했던 분이 ‘개발독재와 군부잔재당’이라면서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경멸하고 치를 떨었던, 때로는 공포스러웠던 좌파의 ‘이별방식’ 아니냐”고 했다. 그는 ‘21세기 주몽’이 되겠다는 손 전 지사를 “그 바쁜 와중에도 TV드라마 ‘주몽’을 열심히 봤나 보다”며 “손 전 지사가 진정 원했던 것은 주몽의 주인공처럼 ‘화려한 주목’이었나 싶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스스로를 제물로, 희생양으로 불쏘시개로 쓸 ‘큰 정치인’의 길이 손 전 지사에게는 지뢰와 가시, 돌멩이 밖에 없는 길로 보였나 보다”며 “그 길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