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거취 문제를 두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15일 제3의 중립지대에서 신당 창당을 하겠다며 만들어진 정치조직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했다. 전진코리아는 '비노 비한'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6월 신당 창당 후 독자 대선후보를 내세워 정권을 잡겠다는 계획 아래 만들어진 정치조직이다.

    전진코리아는 그 선봉에 손 전 지사가 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경선 불참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손 전 지사의 행사 참석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6월에 신당을 만들어 12월 대선후보를 내겠다는 조직에 손 전 지사가 참석한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손 전 지사 스스로가 이 행사의 성격을 알고 있을것이고 자신의 행사 참석이 어떤 정치적 해석을 불러올 줄 알고 있는 만큼 손 전 지사는 이미 경선불참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 전 지사 측도 이날 행사 참석을 두고 고민을 했다. 손 전 지사의 박종희 비서실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참석을 두고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여러 정치적 해석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손 전 지사는 행사 참석을 결정했다. 그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행사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그가 불참한 채 진행된 1부 토론회는 주목도 받지 못했다.

    손 전 지사가 이날 오후 3시 30분경 도착할 것이라고 전해지자 취재진은 행사 취재를 뒤로 한 채 이 시간부터 손 전 지사를 기다렸다. 25분 후 손 전 지사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때부터 그의 경선 여부 여부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한 취재진의 질문공세는 빗발쳤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입을 열지 않았다. '행사 참석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질문하자 손 전 지사는 "해석이 분분할 뭐가 있어"라고 했고 '행사 참석을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재차 묻자 "아니. 축하해 주러 왔지"라고만 답했다. '축사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이냐'고 묻자 "내 말 들어보면 알 것 아니냐"고 했고 '기분은 어떻냐'고 묻자 "특별히 어떨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는 10여분간의 격려사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어떤 뉘앙스도 풍기지 않았으나 최근의 불쾌한 심경은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먼저 "남북관계를 비롯해 동북아시아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질서 출현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 뒤 "무능한 진보는 사회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고 마찬가지로 수구보수도 역사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소리쳤다. 범여권은 물론 자신이 속한 한나라당 양 진영을 모두 비난한 것이다. 

    곧바로 손 전 지사는 "무능한 진보도, 수구보수도 다 같이 역사를 거꾸로 읽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한 뒤 "한반도를 새롭게 개조해 통일된 새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로운 창조 정신으로 선진국이 만들어질 때 지금까지의 수구적 정치세력, 역사를 거꾸로 읽은 정치세력은 굴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격려사 직후 손 전 지사는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이때부터 다시 취재진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그가 행사장을 나와 준비된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 이 시간동안 그는 취재진으로 부터 20여개의 질문을 받았다. '무능한 진보도 수구보수도 더 이상 역사를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전진코리아의 지향점과 손 전 지사의 지향점이 같다고 보느냐' '경선참여 여부를 결정했는가' '당 지도부가 만나고 싶다는데 만날 의항이 있나' '언제쯤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손 전 지사는 "오전에 오늘은 묵묵부답이라고 했다"는 한 마디만 던진채 입을 굳게 닫았다. '한 말씀만 해 주시죠' '경선불참할 거란 얘기가 많은데…' 등의 질문이 계속 쏟아지자 웃기만 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싼 일부 취재진에게 "수고했다"고 악수만 건넨 채 준비된 자가용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박 비서실장은 "손 전 지사가 당의 구태에 상당히 안타까운 생각을 하고 있고 (경선참여여부를 두고)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으나 그는 손 전 지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경선룰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결국 경선불참을 선택할 것이란 뉘앙스는 풍겼다. 박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에서 경선룰을 결정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3~4일간 손 전 지사는 쉽게 말문을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