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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 불참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15일 "손 전 지사는 불참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이미 지난 8일부터 캠프 관계자들에게 불참 의사를 시사하고 사무실 직원들의 정리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당원행사를 위해 2달 전 부터 손 전 지사에게 3분여짜리 축하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찍어줄 것을 부탁했으나 손 전 지사가 들어주지 않고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의원까지 나머지 대선주자들은 이미 동영상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 의원은 "어려운 부탁이 아닌데 손 전 지사가 마음을 굳히고 당원접촉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미 손 전 지사의 불참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의 다음 전략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조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 손 전 지사를 향해 "경선에 불참할 것이라면 빨리 결정해줘야 경준위도 원활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고 한 초선 의원도 "불참하려면 빨리 결정하는 게 낫다"고 했다.
손 전 지사도 이날 봉은사 법회의 축사에서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데 풀 포기 하나 잡으려고 안달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고 당내에서는 손 전 지사의 이 발언을 '불참결심'으로 해석했다. 손 전 지사 측 내부에서도 그의 발언을 경선불참으로 읽었다.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자 경준위의 경선룰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와 원 의원의 대리인이 불참한 상황에서 열린 13, 14일 회의에서 경준위는 경선룰을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두고도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측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여론조사 방법은 커녕 실시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경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둘째치고 손 전 지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의하기도 벅찬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손 전 지사가 불참을 선택하면 지금의 경선룰 논의는 원점에서 재논의 될 가능성도 높다. 박 전 대표 측은 "손 전 지사가 불참하면 경선룰 논의는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고 이 경우 이 전 시장 측의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손 전 지사의 경선불참이 가져올 파장이다. 당내에선 손 전 지사가 경선불참을 할 경우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해도 곧바로 진행될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손 전 지사가 불참하면 당으로서는 재앙"이라고 했다.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를 두고도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탈당'이란 극단적 카드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탈당은 곧 자살"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도 "탈당하면 즉시 찬밥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손 전 지사의 범여권 선택설에 대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내다봤다.
일단 2차 100일 민심대장정 등 정치권과의 거리두기 행보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있다. 당 관계자는 "손 전 지사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모두 네거티브로 무너질 수 있는 후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후보를 선택한다 해도 선출된 후보가 네거티브로 무너질 경우 다시 손 전 지사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지면 끝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 대한 당선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당원들 스스로 손 전 지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