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0일자 사설 ‘서울시 인사혁신, 신중하되 거침없이’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서울시 공무원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시가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 퇴출 방침을 발표한 지 엿새 만에 구체적인 퇴출 후보 선정 시한과 규모를 내놓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까지 전체 인원의 3%인 270여 명을 선정해 심사한 뒤 4월 초 예정된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매연차량 단속이나 담배꽁초 줍기 등 단순업무를 하는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직원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든가 퇴출 인원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으나 이는 인사 과정에서 온정주의를 배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계획 자체가 표류하거나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할당 비율이 없으면 실.국장들이 인심을 잃을 퇴출 대상자 선정을 꺼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3%에 들더라도 두 번에 걸쳐 드래프팅 방식으로 다른 국.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해도 다시 한번 소명 기회가 주어지므로 일 잘하는 사람이 억울하게 뽑힐 가능성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6급 이하 하위직 위주인 대상자 선정을 1급 이하 전 직급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도 설득력이 별로 없다. 3, 4급 역시 지난달 인사에서 각각 한 명씩 추진단 발령을 통보했고 5급의 경우 국.실별로 최소 1명씩 후보 명단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 수는 3%를 넘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사권이 있는 간부들이 정실주의에 치우쳐 퇴출 대상을 결정하거나 온정주의에 따라 구제해 주는 경우를 엄격하게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복성 인사도 경계해야 한다. 간부에 대한 줄 대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그런 정실.온정 인사를 한 간부를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에 앞서 그런 사례를 철저하게 골라낼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철밥통 깨기 노력이 공무원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분위기 깨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