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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한나라당이 순항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1차관문은 10일 발표될 경선준비위(경준위)의 '경선룰' 합의여부에 달렸다. '게임의 규칙' 합의여부는 한나라당 분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현재로선 합의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준위가 각 후보진영에 5일까지 1차 합의안을 내줄 것을 요구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6일 후보대리인을 배제한 채 '경선-9월, 선거인단-20만명' 중재안을 냈지만 각 후보진영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경준위는 맹형규 부위원장과 각 후보 대리인이 참여하는 '1+4 회의체'를 통해 최종 입장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경준위는 이날 권고안을 만들어 각 후보진영에 통보하고 9일까지 답을 받아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각 후보들은 경선룰에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각 후보진영은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 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들의 고집을 이렇게 분석한다.이명박, 6월 경선 고집 '늦어도 7월에는 하자'
"후보검증 시작되면 40% 지지율 9월까지 지속할 동력 부족"먼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6월 경선을 주장하면서도 선거인단수를 40만명으로 확대한다면 시기를 7월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6월 경선을 주장하만 시기 문제에 있어선 이 전 시장 보다 탄력적이다. 따라서 시기 문제를 놓고는 이 전 시장만 고립된 상황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원희룡 고진화 의원 모두 시기는 9월로 늦추자고 한다.
이 전 시장이 '시기'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중립을 선언한 중진 의원은 "9월까지 지금의 지지율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율 조정 국면에서 후보검증이 시작될 경우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40% 이상의 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의 고위관계자도 "후보검증청문회를 시작으로 진행될 상대진영의 공격에다 여권도 이명박 때리기에 가세할 수 있어 이 전 시장이 시기를 9월로 늦추는 데 합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한 높은 지지율 속에서 경선을 치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10%P 초반대로 좁혀질 경우 이 전 시장이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박근혜, 현행 방법과 선거인단수 고집 '6월이면 방법 못고쳐'
충성도 높은 지지층으로 게임하려면 현 경선룰 절실박 전 대표는 현 경선룰을 주장하고 있다. 현 경선룰은 '6월 경선에 선거인단은 4만명'이다. 당초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할 시간적 여유를 벌려고 시기를 9월로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어느 한쪽은 양보해야 한다면 '시기를 내놓고 경선방법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심에서 10%가량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는 박 전 대표 측은 현 '게임의 규칙'으로 경선에서 붙는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2월 말부터 전국투어를 시작하며 지역 대의원과 당원접촉에 심혈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검증청문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지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고 이 경우 보수성향이 강한 대의원과 당원들이 안정적인 박 전 대표를 택할 것이란 기대다. 또 충성도가 높은 반면 인원이 적은 지지층 역시 현 경선룰을 고집하는 이유중 하나로 풀이된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따라붙었다고 하지만 당심은 여전히 박 전 대표가 강할 것"이라며 "지금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데 지지율이 조정국면으로 들어가고 두 사람의 격차가 접근하면 '현 경선룰'로는 박 전 대표가 역전극을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시기를 양보하고 방법을 고수키로 한 이유도 이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수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방법을 두고는 박 전 대표가 고립된 상황이다.
손학규, 9월에 선거인단 100만 고집 '들러리는 못서'
양강구도 깨야 승산, 지더라도 당내입지 확보할 경선 치러야손 전 지사는 '시기는 9월로 하고 경선방법은 현행대로 하되, 선거인단수를 100만명으로 대폭 늘리자'고 주장한다. 시기로는 이 전 시장을, 선거인단수로는 박 전 대표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선룰의 키는 손학규가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손 전 지사는 검증을 거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지지층이 겹치는 자신에게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흡수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기를 늦춰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를 깨고 선거인단 수를 늘려 국민참여 폭을 확대하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패한다 해도 본선국면에서 당내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할 의미있는 경선을 만들어야 한다. 한 중진 의원은 "두달이면 양강구도는 충분히 깨질 수 있다"며 "양강구도가 깨지면 손 전 지사가 해볼만 하다. 그래서 경선시기와 방법을 놓고 계속 양측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고위관계자도 "손 전 지사 측은 자신들이 된다는 확신이 확고하다. 검증을 거치고 여권이 정리가되면서 분명 기회가 자신에게 올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이다. 그러나 각 후보의 대리인 모두 기존의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10일까지 합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똑같이 "어렵다" "얘기하기 힘들다"고 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