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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사설 '한나라당 머리 깎는 게 능사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2월 임시국회가 이제 일주일 남았다. 휴일을 빼면 5, 6일 본회의 이전에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내일까지다. 그런데도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민생 국회라고 붙인 이름이 무색하다.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지난 연말부터 장담해 온 사학법 개정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사실상 사학법에 연계해 놓은 다른 법안도 처리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사학법 개정을 촉구하며 삭발한 것도 그런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삭발이었는지 실망스럽다. 삭발은 힘없는 사람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항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누구를 향해 삭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유권자를 향해 면피성 시위를 하겠다는 것인가.
법을 만들고, 폐기하고, 고치는 것은 모두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자기가 할 일은 하지 않고 어린애 떼쓰듯 머리를 깎아서 누구에게 주문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한나라당은 국회의 제1당이다. 실질적인 내용이야 어찌 됐건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제 여당도 야당도 없다. 국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 이 마당에 한나라당의 원내 사령탑을 맡은 원내 부대표들이 줄지어 앉아 머리나 밀고 있으니 보기에 딱하다. 그런 결의가 있다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법안 처리를 위해 애쓸 일이다.
또 국민은 대화를 거부하는 대결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다. 현 정권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독선적인 국정운영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마저 삭발같이 일차원적인 자기주장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오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만날 예정이다. 국민연금 등 양당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국가적 과제들이 쌓여 있는 만큼 상생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