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과반 이상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위증교사' 등을 주장하며 한나라당 내 검증공방을 불러온 김유찬씨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지후보 선택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해, 김씨의 폭로성 주장이 실제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시장측으로부터 위증을 부탁받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김씨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52.2%(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 13.4%,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 : 38.8%)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신뢰한다'는 의견은 30.8%였고 이 중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7.0%로 나타났다.

    또 김씨의 발언으로 인해 지지후보 선택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59.5%로 '영향을 받았다'(30.7%)보다 높게 조사됐다. 응답자 특성을 살펴볼 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답한 측은 3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많았으며, 50대 이상, 열린우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영향 받았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특히 김씨의 주장을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26.4%는 이 전 시장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조사는 설연휴 이후, 김씨의 2차 기자회견 뒤인 22일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가진다.

    이같은 결과에 이 전 시장 진영은 지지율 하락 등의 우려를 씻었다는 듯 안도하며 '국민의 당연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성권 의원은 "일관성 없는 김씨의 주장을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따라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앞으로 당에서 검증된다면 오히려 더 (지지율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의 검증을 통하면 김씨의 주장이 거짓말이란 것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제 2의 김대업이란 사실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해진 공보특보도 "일부 우려와 달리 김대업 효과를 겪은 국민들이 냉정한 마음으로 상황을 보고 있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의 강세가 여전했다. 이 전 시장은 40.5%의 지지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2.7%), 손학규 전 경기지사(4.4%)와 큰 격차를 이어갔다.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논란, 김씨의 폭로성 발언 등의 사건이 터졌지만 이 전 시장은 지난 15일 실시된 같은 조사때의 40.8%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지난 주(23.9%)보다 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R의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22일 전화면접을 통해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4.0%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