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검증을 둘러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혈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한나라당 지도부내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공격수’, 이 전 시장이 ‘수비수’의 모습을 띠면서 당 분열을 우려한 당 지도부의 경고는 박 전 대표 진영을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로 후보검증 논란이 가열됐을 당시 지도부와 당 경선준비기구인 ‘2007국민승리위원회’는 박 전 대표 진영에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가 ‘위증교사, 살해협박’이라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 진영의 후보검증 공방 뜨거워지자 당 지도부는 20일 “지나치게 헐뜯으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민승리위와 윤리위원회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있을 수 없다”(강재섭 대표) “내 입으로는 안했으니까 상관없다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권영세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채찍은 이 전 시장보다 박 전 대표에게 향해 있다.

    이처럼 박 전 대표 진영의 후보검증 공격 자제를 당부하는 지도부 내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여옥 최고위원의 목소가 눈에 띈다. 전 최고위원은 박 대표 시절 최장수 대변인을 지냈으며 박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다.

    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양 진영의 감정 섞인 설전에 대한 우려로 시작한 다른 지도부와 달리 “지난번 대선에는 이른바 국민들의 착시현상이 있었다”며 분위기부터 환기시켰다. 그는 “지난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진보와 좌파는 가난한 사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착시현상이 있었다”며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무례함을 소탈함으로 인식했으며 천박함을 소박함으로 착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으로 능력과 도덕성, 한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갖춘 사람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위증교사, 살해협박’ 의혹이 제기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검증 논란 속에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후보들이 갖고 있는 보석과 같은 자질들이 빛을 바래고 상처를 입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가 국민들은 기나긴 경선 레이스동안 한나라당 후보들이 갖고 있는 깨끗하고 엄정한 능력과 도덕성 등을 버리고 인간적인 품격에 진절머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후보들은 자기 진영에 대해서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후보가 아닌, 후보외의 사람들이 내뱉는 천박한 언어를 통해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당은 중립·중도에서 철저하게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당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 어떤 후보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