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 활동, 그 길만이 사는 길이다”

    소속 의원 20~30명의 집단 탈당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붕괴를 목전에 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지역구 의정활동에 ‘목숨’을 걸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당장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은 물론 앞으로 닥칠 정계개편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지역구 관리뿐이라는 것. 이를 지켜보는 보좌진의 입에서마저도 "보기 딱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지방이 지역구인 한 초선의원은 매일 지역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며 강행군을 거의 두달째 이어오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KTX를 타고 여의도로 와서 간단한 일을 보고 난후, 다시 지역으로 간다. 지역구의 온갖 행사는 빼놓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는데 육체적 피로도 피로지만 집권 여당을 바라보는 싸늘한 지역민심에 심적 피로감이 더 크다는 하소연이다. 이 의원은 결국 최근 무리한 강행군으로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아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당내 강경 신당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원내대표 선거장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이 의원은 지역에서 의정보고회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당 상황에 대한 지역민심 달래기에 어느 때보다 진땀을 뺐다고 한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원내대표 선거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금 한가롭게 그런데 신경쓸 때냐”면서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찍을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최근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보좌진에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도 한다. 그 이후 지역구 활동이 잦아졌다고 한다. 

    당내에서 비교적 중진급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 관료 출신으로 중진 대접을 받는 한 의원측은 의원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대뜸 “지역구 활동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지 않느냐. 다 알지 않느냐”면서 “지역구 활동,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요즘들어 부쩍 지역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일부 의원들은 보좌관 1명을 아예 지역에 상주시키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지역에 ‘투신’, 여의도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다. 지역에 상주하는 보좌관은 별도의 오피스텔을 꾸리고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모습이다. 여당 소속 의원들치고 이래저래 ‘중병’을 앓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당 안팎에서는 나온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당이 붕괴되고 정계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어차피 지역구 하나만 제대로 관리해 놓으면 나중에라도 톡톡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