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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9일 사설 '정권 망치고서 담 넘어 도망치는 정권 핵심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28일 소속 의원 중 4번째로 탈당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생개혁세력 전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해체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천 의원은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당 원내대표와 법무장관을 지낸 정권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에 이어서 이번 주엔 대통령의 최측근인 염동연 의원도 탈당한다고 한다.
국민은 이미 열린우리당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탈당 사태는 생명을 다한 정당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 소동이 결국 헌 간판 내리고 새 간판 내거는 국민 눈속임으로 끝날 것이란 사실도 이미 탄로났다.
그렇다고 해도 불과 3년 전 대통령을 만든 옛 여당을 깨고 새 여당을 앞장서 만든 정권 핵심들이 마치 피해자인 양하면서 경쟁적으로 여당 담장을 넘어 도망치고 있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다. 지금 여당이 이렇게 된 것은 대통령과 그 주변 정권 핵심들의 공동 책임이다. 천 의원부터가 2004년 원내대표 시절 “민생을 구실로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며 각종 악법을 밀어붙였다. 천 의원이 원내대표를 시작했을 때 40%가 넘던 여당 지지율은 그가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는 절반이 됐다. 전 당의장과 현 원내대표 등 다른 탈당파도 그런 일에 나팔을 불고 추임새를 넣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민생’ 깃발을 다시 꺼내 흔들며, ‘반개혁세력’이라고 저주하던 민주당과 합칠 궁리를 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이렇게 당을 버리고 탈출하는 이들이 “앞으로도 대통령은 계속 도와주겠다”고 앞뒤 안 맞는 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회사를 부도 낸 뒤 채권자의 빚 독촉을 모면하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부도덕한 기업가들을 흉내 낸 대선용 ‘위장 이혼 작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나마 천 의원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솔직히 밝히기라도 했으니 그중에선 나은 편이라 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