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파방송을 장악한 채 내보내진 노무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신년 특별연설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연설 방송시간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내용면에서도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안이한 국정책임의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과거와 다름없이 남의 탓으로 일관한 노 대통령의 주장이 황금시간대에 모든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것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는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노 대통령도 많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동정섞인 시선과 함께 대통령탓이 아니라 방송국탓을 하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23일 저녁 10시부터 모든 공중파방송을 통해 "내 자신의 성공이나 평가에 급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적 과제를 뒤로 넘기지 않고,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과 숙제를 남기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생문제를 만들어낸 책임, 초래한 책임은 참여정부가 몽땅 다 질 수는 없다"면서 "언제 대통령이 바뀌어서 민생이 금방 달라졌던 기억이 있느냐"는 식으로 강변해, 민생파탄과 관련해서는 일반 국민정서와의 괴리를 여전히 나타냈다.
인터넷 공간에는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네티즌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edwinger'는 "수십년간 대통령이나 정부의 발표는 대개 오전 10시 또는 오후 2시에 해왔다"며 "오후 10시에 그것도 방송 3사가 일제히 방영하는 행태부터가 노림수를 궁금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네티즌은 "거기에다 관련 기사가 올라오는 즉시 대규모 인터넷 여론몰이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고 꼬집었다.
아이디가 'jajapayo'는 "대통령 연설때문에 드라마 '주몽' 늦게봐서 열 받으신 분 추천해달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민의 볼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방송사를 독점해 드라마를 늦추고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은 대통령을 향해 손해배상청구를 해야한다"며 "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프라임 시간대 언론장악을 벌이다니 개탄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사과방송하려면 꼭 낮 12시에 하라"고 비꼬기도 했다. 또 'arnoldle'는 "고된 일을 마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려했는데 그 지겹고 신물나는 얼굴을 꼭 그 시간에…"라며 "도대체 어떤 XX가 밤 10시에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책임회피성 연설내용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frog_killer'는 "'남탓이다'와 '언론을 계속 압박할테니 노사모는 단결하라'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pregnancy82'는 "술마시고 신세한탄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전 국민이 주몽 볼 시간에 저런 '개소리'를 들어야하다니..."라는 거친 표현까지 내뱉았다. 'cielange'는 "잘된 건 전부 자기덕이고 잘못된 건 모두 10년전 정부탓이라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국민은 늦은 밤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싶었지, 대통령의 원맨쇼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과 정부에게는 구구절절이 자화자찬이고, 야당과 언론에 대해서는 헐뜯기와 책임전가로 일관했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