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일 사설 <'동해'는 대통령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트남 한·일 정상회담 때 “동해바다를 한국은 동해라 하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두 나라가 ‘평화의 바다’ ‘우의의 바다’ ‘화해의 바다’로 하면 두 나라 사이에 대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당시 발언록을 청와대가 8일 공개했다. 대통령은 이어 “이런 문제를 풀게 되면 상대에 대한 신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예를 들어 말한 것이다. 공식제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몇몇 참모’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차원에서 동해 명칭 변경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등 정부의 공식 계통을 밟아 이 문제를 사전협의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즉석 제안이 파문을 빚자 “비유를 든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일본 교도 통신은 8일 대통령의 동해명칭 변경제안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당시 일본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장에서 영토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면밀한 전략적 검토도 없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불쑥 꺼냈다는 얘기다. 만약 일본이 대통령의 이 발언을 구실로 “한국도 동해를 포기했다”는 식으로 이용하고 나온다면 딱한 일이 벌어지게 될 판이다.

    대통령은 2005년 초 일본의 독도 도발 및 교과서 왜곡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고조됐을 때 “각박한 외교전쟁이 있을 수 있다” “이번만은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었다. 정부는 그때 동해 및 독도 표기 문제를 전담할 ‘국제표기 명칭 전담대사’직을 新設신설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독도 영유권 문제와도 서로 얽혀 있는 동해 명칭 문제에 대해 일본 측에 설익은 아이디어를 꺼내놓았다는 것이다.

    동해 이름을 되찾기 위해 1994년 학계, 언론계, 문화계 전문가들이 설립한 동해연구회는 매년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었고, 전 세계 도서관, 대학에 동해 지명이 수록된 영문 지도 수만 부를 배포했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이 문제로 일본 측과 치열한 인터넷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 효과로 이제 일본해로만 적혀 있던 각국 지도들이 동해/일본해병기로 바뀌어 가는 추세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평화의 바다’ 발언은 이런 민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