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5일 사설 '점점 두려워지는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3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년인사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착잡했다. 신문에 나온 신년인사회 사진에서 노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말을 하고 있었고, 그 옆의 3부 요인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국민들의 평가를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작년에 완전히 포기했다. 2007년에는 (국민 평가를) 신경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가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국민의 말도 언론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겠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고, 또 대통령의 가는 길이 틀렸다면 누구 말을 듣고 그걸 바로잡겠다는 것일까. 대통령은 작년 말 이후 정말 말을 가리지 않고 해 왔지만 이날 이 말은 두려움마저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 가지 남은 건 내 스스로의 자긍심이다. 주어진 합법적 권력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이 나라 헌법의 제1조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력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잘 섬기라고 국민이 맡긴 국민의 권력이다. 이 기본 원리를 거역하는 것이 독재다. 이날 노 대통령의 화난 표정과 국민을 향해 던진 위협적인 언사는 마치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청와대 필름을 다시 돌리는 것 같았다.

    최근 노 대통령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발심과 ‘레임덕’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피해의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거의 모든 언행이 이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격한 마음이 국정을 어디로 몰고 갈 것이냐이다. 지금 나라 안팎에는 한 치만 잘못 건드려도 대폭발을 일으킬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달리던 열차는 종착역이 가까워져 오면 속도를 줄이는 것이 세상사의 자연스러운 순리다. 잘못된 일도 아니고 화를 낼 일도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금 오히려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한다. 4800만 승객들은 이 돌진이 낳을 결과가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