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인사차 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찾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하는 난초를 들고 강재섭 대표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왔지만 그를 맞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를 그야말로 냉랭했다. 


    8시 45분경 강 대표는 당사 대표최고위원실로 들어선 변 실장과 일단 웃음으로 맞이했다. 난초를 선물 받고는 “새해에 노무현 대통령도 건강하고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해주길 바란다. 난초 선물 감사드린다”며 “우리도 선물 하려고 했는데 번거로울 것 같아서…”고 화답했다. 이에 변 실장은 “지금 주시면 갖고 가겠다”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변 실장이 있어서 든든하다”던 강 대표는 “남은 1년을 잘 마무리해야 하니까 금년에도 많이 도와 달라”는 변 실장의 말에 즉각 “비정규직법, 노사관계로드맵, 국방개혁안 등등 작년 연말에도 우리가 많이 도와줬다”고 맞받아쳤다.

    강 대표와 변 실장이 새해 인사를 나누던 자리를 곧장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신경전으로 변했다. 변 실장이 2월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의 처리를 당부하자 강 대표는 “사립학교법을 말하는 것이냐”고 은연중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변 실장도 “저는 정치적인 법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강 대표는 “군복무단축이 정치적인 법이냐, 정책적인 법이냐. 사람들은 정치적인 법이라고 하더라”고 비꼬았으며 변 실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군복무단축은 청년인적자원 활용 차원에서 경제부처에서 제기해 국방부가 받은 것이다. 군복무단축이 주가 아니고 청년들이 군복무를 하느냐, 사회근무를 하느냐가 주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청년들이 직장을 갖는 시기가 5년 정도 늦고 정년은 일찍해 일하는 기간이 10년 정도 짧다”며 “성장 잠재력 확충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했는데 군복무 단축만 부각되면서 정치적인 문제가 돼버렸다”고도 했다.

    강 대표는 “청와대가 너무 나서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부동산 정책도 오버했다. ‘국방개혁 2020’ 등 여러 변화가 있는 시기이니 신중히 해 달라”고 주문하면서도 “정치적 아니라고 하면서도 나중에 보면 꼭 정치적으로 가더라”고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변 실장의 말에 박재완 비서실장이 “시끄러워지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변 실장이 예방한지 7분정도 지나자 “우리도 회의를 해야 한다”며 자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