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이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신당파 양형일 의원)
    “‘대연합을 해낼 수 없다’면 (당)분리도 가능하다”(당 사수파 김형주 의원)

    27일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진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 직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당이 전략적 분당 수순 밟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열린당이 의원 워크숍을 통해 ‘내년 2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민주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에 나설 수 있도록 결의한다’는 등 5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하긴 했지만 원론적 수준인 데다가 합의사항의 내용도 계파별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만큼 당 사수파와 신당파간 갈등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는게 당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갈등이 극으로 치닫기 전에,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내포된 전략적 분당 수순을 통한 재집권 전략에 양 진영이 암묵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이런 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당 사수파와 신당파간에 ‘싸우느니 차라리 갈라서자’는 모습으로 비쳐지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한나라당’ 진영의 대통합이라는 공통의 분모가 깔렸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에 양측간에 묵시적 이해관계가 맞아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어차피 신당 추진을 완벽하게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현실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각 진영에서 지지세를 결집하고 확장한 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합당을 비롯해서 대선후보 단일화 등의 '정치적 시선끌기' 등을 통한 대통합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진 열린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이같은 수순을 감지케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중도실용파 진영의 양형일 의원은 “지지도가 낮은 정당, 그러한 배에 어떻게 새로운 선장이 올 수 있겠느냐”면서 “진정한 합의를 하기 어려우면 ‘합의이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당 추진 논의과정에서 당 사수파와의 합의점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분당도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그는 ‘합의’라는 전제를 깔았다. 분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도 ‘반한나라당’ 진영의 대통합이란 목표에는 당 사수파도 한축을 이룬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대선을 앞두고 ‘반한나라당’ 세력으로서 대통합의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신당파인 김낙순 의원도 “우리 팀에 새로운 선수가 들어오게 하려면 지금 있는 팀이 아니라 새로운 팀을 만들어서 새로운 선수를 모집해야 한다”면서 “두 팀을 만들어 서로 새로운 선수를 모집하고 토너먼트에서 이긴 팀이 결승에 진출하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당의 진로를 놓고 당 사수파와의 합의가 여의치 않으면 '전략적' 분당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통합 신당파의 전략적 분당 불가피 발언에 대해서도 당 사수파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대표적 당 사수파인 김형주 의원은 28일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의원 워크숍에서 합의한 사항을 설명하며 “100% 동의할 순 없다”면서도 “단순히 민주당이라든지 고건 세력과의 통합이 아니라 다양하고 폭넓은 세력과의 대통합이라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사실은 큰 틀에서 다 함께 가야 되지만, (이런) 대의에도 불구하고 정계개편이 이왕 논의된다면 조금 이념적 정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면서 “인위적으로 나가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대통합을 주장할 만큼 최대한 인내하고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되 그것이 안 돼서, 아주 갈등을 (불러온다든지)혹은 어떤 대연합을 해낼 수 없다면 오히려 차분한 분리선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신당파 쪽에서도 이미 그런 말을 했고, 우리도 도저히 당내 민주주의나 그런 기본적인 당헌당규를 준수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무리한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한다든지 등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서로 상처를 내기보다는 일정 정도 분리해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당내 신당파의 ‘합의이혼’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열린당 내 논의가 전략적 분당을 통한 재집권 전략에 초점이 맞춰진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