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예전 칼럼에서 노무현 대통령(이하 노씨)을 ‘독사’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독하고 치밀한 사람이란 이야기다. 이런 ‘독사’에게 한나라당이 또 물려 신음하고 있다. 바로 병역문제를 둘러 싼 한나라당의 대응을 두고 하는 말이다.

    뉴데일리 25일자 ‘한나라, 병역문제로 또 딜레마’라는 기사를 보면 이런 한나라당의 고충이 잘 나와 있다. 기사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입영대상자들이나 그 가족들의 표 때문에 한나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노씨에게 또 뒤통수 맞은 한나라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노씨에게 또 뒤통수 얻어 맞은 격이다. 지난번에 전시작통권 문제에 있어서도 노씨에게 허를 찔린 한나라당이 병역문제에 있어서도 또 당한 것이다. 정말 노씨의 날카로운 두뇌와 한나라당의 안이한 자세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노씨의 지난번 ‘평통 격정발언’은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노씨는 교묘하게도 22일 금요일부터 25일 성탄절까지 이어지는 연휴기간을 노렸다. 연휴기간에 많은 시민들이 고향이나 휴가지로 이동하고 큰 정치적 이슈가 없는 틈을 타 격정발언을 터뜨린 것이다. 그 결과 연말의 뉴스 중심인물은 노씨가 되었고 노씨는 자신의 친위세력을 일거에 다시 끌어 모으는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노씨의 평통 격정발언과 병역문제 발언으로 대학가를 비롯한 젊은 층 사이에서 노씨의 힘을 재각인시켰고 병역문제 제기를 통해 병역이슈를 선점하고, 고건 전 총리를 공격함으로서 사실상 고건 전 총리를 여권 정계개편 과정의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노씨의 발언 파장을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노씨의 병역문제 제기는 모병제 문제로 옮아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모병제란 이슈가 폭발하면 정국은 엄청나게 소용돌이 칠 것이 분명하다.

    모병제 태풍이 오고 있다

    노씨의 병역문제 발언 이후 청와대에서 ‘모병제 검토는 없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순진하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이는 없다. 이미 우리 사회는 모병제로 달려가고 있다. 지금 당장 복무기간을 크게 단축한다고 하니 젊은이들이 군 입대를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그 많은 젊은이들의 군 입대 연기를 거부할 수도 없다. 정당한 사유라면 들어줘야 한다.

    이제 군 인원을 제대로 충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 군 병력 축소와 모병제 도입이라는 엄청난 국가적 이슈가 대폭발하는 것이다. 지금 이런 혼란의 상황이야 말로 노씨가 노리는 것이다. 엄청난 국가적 이슈가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참여정부의 실정을 가리게 되면 단숨에 정국은 5:5의 상황으로 뒤바뀐다.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이 누리고 있는 ‘노 정권 실정 프리미엄’이 단 한방에 날아간단 말이다.

    이는 곧 무엇을 의미하나. 한국 보수가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모병제는 곧 무엇을 의미하나. 엄청난 서민가정의 이익을 의미한다. 국민 대다수는 모병제를 하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뒤집어 말하면 그 막대한 비용은 결국 국민의 돈으로 되돌아 온다.

    어차피 막대하게 거둬들이는 세금은 눈먼 돈이요, 주인없는 돈이다. 어차피 그런 돈을 군에 간 아들이 벌어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들이 군에 가지 않고 집에서 돈을 벌거나 학교를 다니면 얼마나 좋겠는가. 설령 모병제를 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 해도 이 땅의 가진 자들에게 물리면 그만이다.

    한국 보수의 위기

    이미 한국 사회에는 ‘가진 자 혐오증’, ‘강남 혐오증’이 대책없이 확산되어 있다. 양극화 심화 탓에 ‘인생 종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이들은 하나같이 사회를 탓하고 가진 자를 증오하고 있다. 이런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모병제 시스템으로 군 시스템이 바뀌어 가진 자들에게 막대한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겠는가. 어차피 가진 자들의 돈은 눈먼 돈이요, 부동산 투기와 갖은 협잡으로 벌어들인 더러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 아닌가.

    노씨가 교활하게도 병역문제를 터뜨린 것은 바로 이런 측면을 노린 것이다. 복무기간 단축이 시작되면 군 입대 연기열풍으로 결국 모병제 국면으로 상황이 이동되고 모병제 국면으로 상황이 이동되면 자연스럽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국면으로 정치 구도가 형성된다. 더군다나 과거 병풍 논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 나고 과거 권위주의 시대 만연했던 병역비리나 각종 비리에 대한 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 날 것이다.

    이것은 곧 무엇을 의미하나. 과거 2002년 대선정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되살아 난 노무현과 반 DJ정서에 안주해 대권을 잡으려 버둥거렸던 답답한 한나라당의 대결구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2007년은 87년 6월 항쟁 20주년이며 여중생 장갑차 사고 5주기가 되는 해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가. 한국 보수사회는 지금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지지율 거품에 희희낙락하던 결과가 바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제는 정신 차려야 한다.

    노무현과 히틀러

    한나라당은 히틀러를 기억하라.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이 1차 대전 이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릴 때 나타났다. 그리고는 독일 국민들에게 강대국 독일의 비전을 약속했다. 이런 히틀러는 유태인들 때문에 독일 국민들이 못 산다고 광고했다. 당시 독일 사회에서는 불과 3%의 유태인들이 엄청난 부를 독식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가진 자 혐오증’을 선동해 유태인들을 압박하고 자신의 반대파를 잔인하게 숙청함으로서 권력을 다져 나갔다.

    또한 히틀러는 수많은 독일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오늘날의 아우토반(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을 건설하고 군사력을 늘리며 가난한 독일 국민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줌으로서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히틀러는 자신의 소유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독일 국민들에게 강조하며 독일의 평범한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래서 수많은 독일의 일반 시민들이 그를 따랐다.

    지금 현재 상황을 보라. 히틀러를 노씨와 똑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권력을 창출해 가는 모습은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장 유급지원병 제도 발표 이후로 결국 모병제로 상황이 진전되어 가면 노씨는 국고를 꺼내 실업을 구원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만들게 된다.

    즉, 다시 한번 설명하면 히틀러가 직업군인을 늘리고 아우토반 건설공사와 같은 대 사업을 일으켜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어 권력을 잡았던 것처럼 노씨 역시 모병제 도입으로 인해 군 입대 연령의 젊은이들에게는 호감을 얻고 가난한 젊은이들에게는 직장과 희망을 줌으로서 권력 기반을 재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노씨를 보라. 보수언론들이 노씨가 거친 말을 내뱉는 다고 트집을 잡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노씨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평범한 아버지들은 보수언론을 애독하는 보수사회의 지도자급 아버지들보다 무식하고 가난하다.

    <시민기자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