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의 1967년 6일전쟁에서 패배한 이집트는 그 패배를 설욕하고자 치밀한 준비를 했다. 이집트와 아랍세계가 이스라엘에게 패배한 이유는 우선 이스라엘을 너무 얕보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스라엘의 기습공습을 허용한 탓에 제공권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제공권을 잃은 아랍연합군은 이스라엘의 맹렬한 공격에 참패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스라엘이 아랍연합군을 단숨에 이길 수 있었던 데에는 아랍연합군의 졸렬한 전략전술과 창의력 부족, 죽기를 각오하고 열심히 싸우는 이스라엘군의 용기와 뛰어난 창의력,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이스라엘 최고사령부의 전략전술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6일전쟁의 참패를 씻으려는 이집트의 노력

    한편 덩치가 훨씬 작은 이스라엘에게 6일만에 손을 든 아랍세계와 아랍세계의 지도국가 격인 이집트는 6일전쟁 이후 그 보복을 위해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집트는 73년, 10월 전쟁을 다시 일으키고 이스라엘과 다시 싸우게 된다. 전쟁의 승패는 전쟁 도중 유엔이 개입해 승패가 갈리지는 않았으나 이집트로서는 적어도 6일전쟁 때와 같은 완패는 하지 않아 최소한의 체면은 되찾은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집트가 자국의 체면을 되찾고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했을까.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잇달아 참패한 한나라당은 이집트의 노력을 주의깊게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집트는 우선 군사력을 증강했다. 이스라엘이 평화무드에 빠져 국방비를 줄일 때 이집트는 반대로 국방비를 늘렸다. 방공체제를 강화하고 훈련을 크게 강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교의 충원방법을 개선한 것이었다. 이집트는 10월 전쟁을 준비하면서 장교를 사회계층에 따라 충원하기 보다 될 수 있는 한 교육수준에 따라 충원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니까 돈 많은 가정의 무식한 청년이 장교가 되었던 일이 비일비재했던 과거의 악습을 청산하고 우수한 인재를 장교로 발탁한 것이다. 이는 이집트 군 내부에 존재하던 이질감을 없애 이집트 군 전체의 전투력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반면 이스라엘은 평화에 젖어 전투정신이 퇴색되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세 번의 전쟁에서 모두 이긴 까닭에 아랍인들을 얕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지난 6일전쟁의 승리로 막대한 영토를 확보해 그만큼 안정감을 얻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었고 지난 6일전쟁에서 예방적 선제공격을 벌여 큰 성과를 거둔 까닭에 또 한번 예방적 선제공격을 단행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침략국가로 지목받을 것을 우려해 스스로 소극적인 전술을 펴게 되었다.

    철저한 혁신작업 끝에 강해진 이집트 군

    결국 이집트는 시리아와 함께 협공을 펼쳐 이스라엘을 크게 괴롭힌다. 개전 초기에 이집트와 시리아는 승승장구했지만 이스라엘 공군의 격렬한 반격 때문에 제공권을 잃고 불리한 상황으로 밀리게 되었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 공군은 이집트 군의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해 애를 먹었으나 결국 대응책을 찾아내 제공권을 장악하고 불리한 전세를 뒤집었다.

    미국과 소련, 유엔 안보리는 중동의 전쟁이 길어지자 중재를 위해 나서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국들과 이스라엘은 협상을 벌여 24일 휴전에 합의하게 된다. 10월 전쟁은 대단히 치열한 전쟁으로 아랍 측이 1만 6000명의 손실을 입었고 이스라엘 측이 2500명의 손실을 입었다.

    겉으로 보면 아랍 측이 완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 수를 고려하면 이스라엘 측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기에 아랍군이 상당한 전과를 올렸고 완전한 국가적 전면전으로 갈 상황이었던 전쟁이 휴전으로 흐지부지 끝남에 따라 아랍군이 패해 전쟁이 끝났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므로 10월 전쟁은 무승부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정리하면 아랍, 특히 아랍의 지도국가 격인 이집트의 경우 뚜렷한 물적 이득은 없었지만 전쟁에서 지지 않음으로서 어느 정도 체면을 회복했다. 이스라엘은 역시 전쟁에서 지지는 않았으나 이집트의 군사력이 한층 자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집트 군 혁신에서 한나라당이 배워야 할 것

    이집트 군의 혁신과정에서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연이어 참패한 한나라당이 배워야 할 교훈은 이런 것들이다. 우선 이집트 군이 장교 충원방식을 개선해 군의 결속을 강화하고 이질감을 없앤 것을 본받아야 한다.

    한나라당 조직의 주요 약점은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핵심지도세력이 경제적으로 볼 때 부유층인 경우가 많은 편이고, 교육수준으로 볼 때도 유명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경우가 많으며 연령 또한 장년 이상의 고령이란 점이다.

    많은 이들은 왜 이런 문제가 단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정치적으로 엄연한 단점이다. 우선 세상은 가진 자 보다는 빈자가 많다. 그리고 엘리트보다는 비 엘리트가 많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보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마디로 쉽게 말하면 사람은 누구나 가진 자가 더 잘 되는 것을 배 아파 하는 법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핵심 지도세력을 한마디로 통칭할 때 ‘가진 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으므로 기존 지지세력(일반 보수시민)이 자신이 희생해서 지도세력을 돕지 않으려 한다. 더 쉽게 말하면 위에서 명령하는 장군들만 있고 밑에서 열심히 싸우는 장교와 병사들은 부족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장교와 병사들이 중년 이상으로 고령화되어 있어 386세대 이하의 젊은이들을 끌어 오기가 무척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은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에서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연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지배하는 인간이 있으면 지배받는 인간이 있다. 가진 자가 있으면 못 가진 자가 있다.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33%가 있다면 한나라당을 열성적으로 반대하는 33%가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한나라 지지자들이 아들-딸 데리고 나와야 이긴다

    다시 정리하면 한나라당 지도세력들은 고령자-가진 자-고학력자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이 요약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적어도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즉, 간단히 말하면 한나라당 지도세력들은 ‘명령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든 명령을 듣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명령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들의 권력을 뺏기 위해 대항하는 ‘명령을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이 바로 2007 대선에서 여권세력을 지지할 사람들이다.

    지금은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못 가진 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가진 자들이 얼마나 미울 것인가. 온갖 이유로 앙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명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배 아플 것인가. 그들의 지위를 뺏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할 것이다. 지난 2002 대선에서 노사모의 열정은 바로 ‘명령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에서 기인한 바도 매우 크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조건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자신의 아들-딸을 데리고 투표장으로 나와야 한다. 이 말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글을 보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적어도 자신의 아들-딸-조카와 같은 친인척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보는대로 한나라당과 주변의 보수단체에 이 말을 알려야 한다.

    삼국시대 백제가 망할 때 충신 성충은 뭐라고 했는가. 직언을 하다 감옥에 가고서도 의자왕을 위해 기벌포와 탄현을 막으면 당나라와 신라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고 간언했다. 그러나 의자왕은 귀를 틀어막았다. 결국 백제는 멸망하고 의자왕은 당나라로 잡혀가는 신세가 되었다. 바로 지금이 그 상황과 똑같다. 가장 잘 나가는 시점이 가장 위험한 시점인 것이다. 지금 우리 보수사회에 다시 한번 자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숨어있는 5%’가 보수의 승리를 이끌어 줄 것이란 허황된 사고방식이 다시금 보수인들의 머리 속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자 가운데 부디 지혜로운 자 있거든 내 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가진 자를 위해 희생하기 싫어하고 자신보다 가진 자를 꺼리는 법이다. 지금 이 사회는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진보좌파 이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먹힐 수 있는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초고공 지지율 행진은 한나라당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내년 대선의 날, 자제들에게 어버이날 카네이션 선물 받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말해야 한다. 조카나 다른 친인척에게도 간곡히 부탁을 거듭하여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한나라당이나 보수단체, 각종 보수언론에 연락을 하여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적어도 친인척들만은 모두 동원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야 한다. 최소한의 이런 노력이라도 없다면 ‘한나라당 대통령’은 탄생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