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불법자금 수수로 1년간 복역한 뒤 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가 19일 사실상 정치활동재개를 선언하고 나섰다. 당장 '신당이냐 당 사수냐'를 놓고 벌어지는 열린우리당 내부의 갈등 양상에 변화가 예상된다.

    안씨는 이날 저녁 노 대통령의 대선승리 4주년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참여포럼' 주최 '1219 4주년 기념강연회'에 참석, "이제 1년 남았는데, 뭔가 하고 싶고 또 서로 힘을 내자고 이야기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될 것 같아서 용기를 내 (오늘 행사에)나왔다"고 말했다.

    그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안씨가 최근들어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데 이어 이날 공개적으로 친노인사들의 모임인 '참여포럼' 주최의 강연회에 나섬에 따라, 이날 강연이 안씨의 정치활동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안씨는 이날 '1219 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열린당 내 통합신당파를 겨냥했다. 안씨는 "아무런 원칙도 없이 당을 깨자는 것에 대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어떤 선진국이 대선 앞두고 정당이 만들어졌다가 깨졌다가 하느냐. 회사가 주주총회 할때마다 사장바꾸고 회사 이름 바꾸느냐"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금 민주세력대통합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사회의 많은 갈등에 대해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를 얘기하지 않고 민주세력으로 대단결하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그게 당을 깨는 이유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안씨는 그러면서 "당이 해줘야 하는데 누구하나 총알을 뚫고 나가지 않고 참호에 앉아서 작전회의만 하고 있다. 열린당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 태풍의 눈을 자꾸 건드리는 것이다. 역사에서 한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세력은 핵심이 있어야 하고 그 핵심은 기치와 가치다. 그것을 지키면 그것이 커지는 일은 순식간의 일이다. 자기정체성의 원칙을 버리고 나머지 논의를 아무리 해봐야 힘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 원칙을 우리 지도부가 너무 간과하고 있다"며 명분없는 당 지도부의 당 진로 논의를 힐난했다.

    안씨는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는, 우리가 출발했던 낡은 정치와의 싸움의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라면서 "이 고개만 넘으면 대통령 후보마다 당이 만들어지는 후진국 정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위기와 고난, 시련은 무엇을 정제한다. 끓게 해서 그 순도를 높여준다. 이런 고난들이 우리의 의미를 더욱 깊이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안씨는 또 "오늘 우리의 많은 혼란과 고통은 어찌보면 시대가 바꿔져나가는 과정에서의 아픔"이라면서 "80년대 일인 골게터만을 가지고 하던 축구가 이제는 11명 전원이 뛰는 축구로 바뀌었다. 일인의 운영체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운영하기엔 대한민국이 너무 커져버렸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겪는 고통은 크고 저 또한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워, 서로 똑같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밤길을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씨는 "우리의 출발점은 20세기의 낡은 정치질서와의 결별이었다. 지난 2002년 12월 19일날 지역도 아니고 학연도 아니고 운동권의 의리찾는 이념적 연고주의도 아니고 아무런 연고도 없던 노 대통령을 만들지 않았느냐"면서 "그것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시대정신이 아니었느냐"고 했다. 안씨는 그러면서 "이 싸움에서 이기면 명실상부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서 기반을 만들었고 이제는 그 내용을 지어야 한다"면서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현재 우리당의 혼란을 너그럽고 깊이있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날 기념강연회에는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를 비롯 명계남, 강금원, 이상호 당 청년위원장 등 친노진영의 인사 300여명이 참석,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기념강연에 앞서 참석 회원들의 '3분 릴레이' 발언이 진행됐는데 현재의 참여정부와 열린당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이 쏟아졌다. 한 여성회원은 "참여정부는 옳은 방향으로 갔는데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데는 어려웠던 이유중의 하나는 탄핵덕택에 당선된 국회의원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연한 입법활동 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비판했으며 또 다른 회원은 "한나라당 보다 열린당이 더 원통하다"면서 "참민주주의를 이땅에 실현하는데 앞장서지도 못했으며 뒤에서 방해했으며 노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지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최근의 당의 진로를 놓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지진 해일이 났을때 살아남기위해 어디론가 달려가는 동물적 모습"이라고 했다.

    아울러 명계남씨는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4년전 12월 19일 이 시간(이날 참여포럼 강연회가 막 시작한 저녁 8시쯤)에 개표상황이 한창이었는데 계속 뒤지고 있었다"면서 "참여포럼이 끝날 때 쯤이면 역전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