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6일 사설 '당파 싸움 골몰하며 정상외교 한다니…'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 정권은 국민의 마지막 기대까지 짓밟고 있다. 나라가 망하건, 국민이 고통을 당하건 끝까지 가보자는 심보 같다. 국민의 지지도가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 모두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이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싸우는 꼴이 너무나 가관이다.

    3일부터 해외 순방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편지 글 하나로 열린우리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 편지 내용은 그동안 국정이 잘 안 된 것은 야당이 발목을 잡은 때문이라는 것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 추진을 반대한다며, 이를 추진하려면 전당대회를 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을 하건, 일부 의원이 탈당을 하건,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건 국민 생활과 아무 상관이 없다. 뜻이 안 맞으면 갈라서면 된다. 그런데 알량한 당의 재산과 정치자금, 2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놓치기 싫어 이 난리를 친다니 기가 막힌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으면 조용히 방해라도 말아야 할 일이다. 집안일을 꺼내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니 그러고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기국회 회기 중에 여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예산안과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것이 야당 탓이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지 않겠는가. 인사권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겠다고 불평했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도 중간선거 패배 뒤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볼턴 유엔 대사의 지명을 철회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정치인들이 차기 대통령선거에만 몰두해 외환위기가 왔다고 했다. 중요한 건 정치인이 아니라 대통령이다. 그런 국가적 위기를 피하려면 대통령부터 정치가 아닌 국정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편지를 외국에 나가기 전 일주일 동안 고민하며 썼다고 한다. 해외 순방을 앞두고 당파 싸움에만 골몰했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가한 정상외교라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가며 나갈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이 정부의 성과를 보면 임기 말 국정 안정과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하기도 버거운 처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