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진영의 '연대'가 점차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유석춘 교수가 당의 자강기구인 '참정치운동본부'의 공동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부터 양측의 연대 움직임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유 교수 이후에도 몇몇 뉴라이트 진영 인사들이 참정치운동본부에 참여했다.  

    당의 차기 대선주자는 물론 당 지도부가 뉴라이트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고 뉴라이트 진영 역시 한나라당의 행사에 참석해 양측의 돈독한(?)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결국 뉴라이트는 열린우리당으로 부터 '한나라당의 이중대'란 비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내에선 외연확대란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는 뉴라이트와의 연대가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열린당은 뉴라이트 진영의 작은 움직임까지 한나라당과 연계시키고 있다. 뉴라이트 진영의 작은 실수 하나가 한나라당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당내에선 양측이 너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굳이 양측이 지금부터 연대를 해 여당 공격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당내 비판론자들의 시각이다.

    한나라당내에서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받는 의원들도 뉴라이트와의 연대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 뉴라이트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치조직화하는 모습이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연대의 시기조절을 역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린당 민병두 의원은 27일 뉴라이트 계열인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 그룹'으로 부터 5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최대의 뉴라이트 조직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물고 늘어졌다. '선진화국민회의'쪽은 뉴라이트단체가 아니라 선진화모임이라고 역설하고 있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결성됐고 한나라당 지지선언도 한 정치집단인 만큼 주요 구성원도 정치인 아니냐"며 "제이유 그룹이 서 목사에게 기부한 돈 5억원이 정치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 목사는 이 돈을 사회봉사활동에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자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비록 그 돈을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봉사활동에 썼다고 하더라도 사기 용의자의 돈을 받은 행위는 적절치 못한 것으로 국민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기 피해자들의 돈으로 사회봉사를 한 격"이라며 서 목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한나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서 목사가 받은 돈 전액은 나눔과 기쁨이라는 봉사단체 활동에 쓰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홈페이지에 자세하게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병두 의원이 서 목사를 걸고넘어진 것은 그 의도가 분명하다"며 "한나라당과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뉴라이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 1차적 목적이고, 궁극적인 노림수는 한나라당을 부도덕한 정당으로 낙인찍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스스로 뉴라이트와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박 수석부대변인은 "자체 동력으로는 재집권이 요원해지자 집요하게 한나라당과 정치적 우군 세력인 뉴라이트를 물고늘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뉴라이트가 당의 우군세력이라는 점까지 강조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뉴라이트를 옹호해준 모양새가 됐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서 목사가 제이유 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의 출처에 대해 명확히 알고 이 같은 논평을 했을까. 한나라당은 서 목사가 받은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논평을 발표했다. 박 수석부대변인은 '서 목사가 받은 돈에 대해 정치자금이 아니란 명확한 팩트를 갖고 논평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논평을 한 이유에 대해서도 "저쪽(열린당)에서 한나라당을 묶어서 비판했기 때문에 받아친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트는 시민단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인 뉴라이트와 정치적 연대를 형성하고 스스로 '우군세력'이라고 말할 때 뉴라이트는 시민단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좌파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뉴라이트가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