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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열린우리당의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또 자주 들린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가 비판의 큰 화두다. 열린당의 창당주역인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당의장도 경쟁적으로 노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은 창당주역임은 물론 장관으로 일하며 열린당 누구 보다 참여정부에 깊숙이 개입했던 사람들이다. 얼마전 끝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열린당 의원들의 강도높게 정부를 비판했고 16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외교·국방·통일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내정자에 대한 열린당의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정부는 이런 여당 의원들의 비판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고 당내 친노직계 인사들의 불만도 상대적으로 커지며 열린당은 지금 친노-반노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그러나 이런 열린당 의원들의 노 정부 비판에 노무현 정부보다 열린당내 친노직계 인사들 보다 더 당혹스러워 하는 쪽은 다름아닌 한나라당.
정부를 사이에 두고 매번 상대방을 비난해 온 열린당과 한나라당의 목소리에 큰 차이점이 부각되지 않으며 한나라당은 조금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때론 열린당 의원이 한나라당 보다 더 강하게 정부측 인사를 비난해 한나라당이 이를 만류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1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선 열린당 최재천 의원의 비난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한나라당은 송 내정자 역시 북핵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로 꼽고 있다. 당연히 송 내정자의 장관 임명도 반대했다. 그러나 막상 송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뚜껑을 열어보니 송 내정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강하게 질타한 쪽은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당 최재천 의원이었다.
17일 오전 9시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선 주요당직자회의가 열렸다. 회의 시작 전 김형오 원내대표와 전재희 정책위의장, 황우여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티타임을 갖고 이날 회의때 지적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매 회의 때마다 당 지도부는 이런 티타임을 갖고 회의 때 발언을 정리하고 공유한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송민순 누가 얘기해. 송민순 얘기해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북한이 독재국가가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을 못했다는 게 히트인데"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답변을 못하는 건 좀 이상하다"며 거들었다. 이런 얘기 끝에 송 내정자를 두고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나온 발언은 "송민순 장관은 분명한 대북관을 가져야 한다"(황우여 사무총장) "북한이 독재정권이냐는 질문에 답을 못했다고 한다. 일반상식이 없는 사람이다. 어떻게 장관이 되겠다는 것이냐. 북한의 독재를 독재로 말 못하면 북맹정권, 북맹정부가 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는 비판이 전부였다.
정부가 태도를 바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선 "뒤늦게 나마 환영한다"고 말한 뒤 "국제적 정치적 입지약화를 우려해 북한 인권문제에 마지못해 찬성하는 건 입지를 더욱 축소하고 국제적 신뢰도 얻지 못한다"(김형오 원내대표)는 짤막한 경고만 보냈다.
16일 진행된 송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열린당 최재천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두고 당정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 의원은 노 정부가 찬성 명분으로 내세운 인권에 대한 "보편적 가치" 역시 정부가 반대와 기권을 할 때도 "늘 하던 얘기"라고 질타하며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 의원의 주장처럼 한나라당 역시 노 정부가 입장을 바꾸고 태도를 달리한 데 대한 명확한 지적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독재국가 아니냐 질문에 대답 피해'란 제목으로 크게 실린 조간신문만 되읊었다. 회의 시작 전 황우여 사무총장은 "요새 열린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더 쌔게 비판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