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차기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들이 14일 박 전 대표의 지원군을 자임하고 나섰다. 바로 박 전 대통령 제89회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다. 


    경북 구미 생가에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생일을 기리는 숭모제에 참석하는 등 ‘아버지 박정희 속에서’ 하루를 보낸 박 전 대표는 이날 마지막 행사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최 박 전 대통령 탄신일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서울프라자호텔 행사장에는 박 전 대통령과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1000여명이 박 전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행사에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시절 정부 관료를 지낸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길전식 전 공화당 사무총장,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 등 박정희 시대 정부 관료 인사 20여명이 참석해 박 전 대표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모임 회장인 이한수 전 서울신문 사장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 이대로는 안된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박 전 대표를 모시고 추모회를 갖기로 했다”며 “요즘 복잡해진 선거법 때문에 어떻게 하자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박 전 대표를 모신 이유를 여러분 스스로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평범한 NGO가 나서는 상황을 참작하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이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반만년이 넘게 물려받은 가난을 물리치고 ‘하면된다’는 의식을 심어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딸인 박 전 대표에게 찾으며 “우리의 희망”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국가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박 전 대표에게 박정희식 국가발전을 다시 한번 기대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아버지 꿈 이루기 위해 사심없이 갈 길 가겠다" 강한 대권의지 피력

    박 전 대표는 이들의 환대에 “여러분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흘린 땀과 열정으로 새로운 국가적 리더십을 만드는 일에 앞장 서 달라”며 “오로지 나라만을 바라보면서 사심 없이 갈 길을 가겠다”고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로 화답했다. 그는 “아버지의 꿈을 기억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마음으로 꿈꿔 왔던 조국 대한민국을 기억한다”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는 것이 남은 제 일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계신 한분 한분이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는 마음도 있지만 지금 나라의 현실과 우리나라 앞날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버지의 꿈은 한 가지였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 민족중흥의 꿈을 이뤄보자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를 살았던 우리 모두의 꿈이고 시대정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그때의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우리 국민들은 그때(아버지 박 전 대통령 시절)보다 더 고통스럽다”며 “그때 없었던 돈과 기술은 있지만 그때 있었던 희망을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 노무현 정권을 겨냥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가. 모든 것이 국가 리더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하나로 묶어서 국가발전 동력으로 만들어낼 지도력의 부재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무한 성장 가도를 달릴 때를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 어떻게 하니까 우리 국민들이 똘똘 뭉쳐 일어났는지, 국민 모두가 잘 살아보자고 뭉쳤을 때 어떤 기적을 이뤄냈는지 직접 목격했다”며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다른 행사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전 청와대에서 만났던 인사들을 오랜만에 만난 박 전 대표는 “오랜만에 뵙습니다”라며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반면 인사를 받는 쪽에서는 손을 흔들며 친근함과 반가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들에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 유명 정치인이 아닌 ‘영애(令愛) 박근혜’인 듯했다.

    업적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도 ‘후광’이자 ‘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날만큼 박 전 대표에게 ‘아버지 박정희’는 든든한 후원자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