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잠복기’를 갖고 있는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이 정계개편의 핵으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며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7일 추 전 의원을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놓고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2004년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에 낙선한 후 2년여간 미국 유학생활을 했던 추 전 의원도 귀국하기에 앞서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국내 정치권 동향을 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의원은 이 기간 동안 정 고문과 김영환 전 민주당 의원, 정치평론가 장성민씨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범여권 차기 대선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아직도 가능성 있는 후보들과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 완전개방국민경선제)를 통해 경쟁해서 이길 후보가 더 경쟁력이 크다. 지금 당장 고건 후보로 굳힌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성도 낮아진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둔 몇 분이 있다. 그분들을 짚어보고 출마를 권면하고 있지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며 “열린당에 서너명 정도, 민주당 쪽에도 두세명 정도 (개인적으로 접촉하면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힌 뒤 그 중에 추 전 의원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 전 총리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정계개편 주도권 쟁탈전”으로 번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고 전 총리가 주도하는 신당이 그 모습을 갖추면 열린당의 통합신당과 창당 시기나 방법 등에서 접합점을 잘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소모적인 주도권 논쟁이나 쟁탈전이 벌어져서 마찰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함께 더불어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고건 신당’을 열린당발(發) 정계개편 테두리 안에 포함시켰다.

    ‘노무현 배제 통합신당론’을 주장하는 정 고문은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동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찾아갔을 것이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두 사람이 통합을 논의한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한명은 벌써 퇴임했고, 다른 한명도 1년3개월 후면 퇴임할텐데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은 가능성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 퇴임 후에 일어날 정치상황을 내다보면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큰 변수나 상수가 아니다”고도 했다.

    그는 여권이 추진하는 정계개편이 “물리적인 힘에 의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발전에 새로운 활력이나 원동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열린당이 개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왼쪽으로 너무 많이 간 것 같아서 오른쪽으로 끌어와야 한다”며 ‘통합신당’의 성향이 우향우로 돌아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