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한나라당 '빅3'의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서 첫 심판대에 올랐다.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6일 한목소리로 이 전 시장이 대권공약 1호로 내놓은 대운하 구상을 비판하며 '여론조사 1위'와의 경쟁에 돌입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6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특강에서 대운하 구상을 '개인적인 안'으로 평가절하했다. 박 전 대표는 "이는 국정운영이나 경제정책이라기보다 개인적인 건설 계획안"이라며 "건설이 경제정책의 틀이라고 생각치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이 전 시장은 '국운을 융성케할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퇴임 이후 처음 가진 대학강연에서 마지막 질문자로부터 나온 이 전 시장과의 비교로 인해 즉흥적인 대답을 한 것이라고 한다. 한 학생이 '경쟁자인 이 전 시장은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내놓았는데 박 전 대표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박 전 대표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학생에게 "그게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고, 학생으로부터 '대운하'라는 답을 끌어낸 뒤 곧이어 이같이 혹평했다.

    7일 기자간담회를 갖는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대운하와 관련한 질문에 대비해 면밀히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운하라는 대형 이슈를 선점한 이 전 시장을 경계하면서, '작은 정부, 큰 시장' 그리고 '감세'로 축약되는 자신의 경제공약을 부각시켜야하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 역시 "내가 한나라당 미래"라며 사실상 대권도전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대운하를 공격했다. 6일 자신의 싱크탱크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대회에서 손 전 지사는 "국토개조계획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이고 시급한 일"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날 손 전 지사는 강연시간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이 전 시장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체질개선론이 이 전 시장을 공격한 것은 아니라면서 "대운하 구상은 이 전 시장과 같이 국토건설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분만이 내놓을 수 있는 계획"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뒤이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나부터 나서서 팔 걷어 부치고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말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의 '필연적 사업'이라는 시각에 대한 대응이다.

    손 전 지사는 또 단체장 재임시 이 전 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청계천 복원 사업'과 자신의 '일자리 창출'을 비교하면서 어느 쪽이 더욱 현실적인 정책이었는 지 평가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