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지나면 숨었던 역사의 죄인들이 머리를 내밀고 호시탐탐 자기를 과시하거나, 현시(顯示)하는 기회를 엿보며 정치적 영향력에 촉수를 뻗히는 것이 번추한 정치인의 습성이자 속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DJ는 겉으로 그럴싸한 ‘햇볕정책’을 내걸고 국민 몰래 ‘북한 뒷돈 대주기 정책’을 실시하여 노벨상을 받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 민주 이념의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면서 국민을 속이고, 자유 대한민국을 좌경화시킨 반헌법 이념의 최초 실행자이었다.

    중앙정보부를 창설하고 5·16군사혁명의 주역 중에 한사람이었던 제 2인자, JP는 어느 날 갑자기 예상을 뒤엎고 DJ와 제휴하여 자유 민주주의 헌법가치를 외면하고, DJ 정부의 제 2인자인 책임총리로써 햇볕정책을 2년여나 함께 수행하며 친북반미의 길을 DJ와 함께 걸어갔던 인물이다.

    충청권의 맹주 노릇하면서 과거 정치적 숙적(宿敵)이었던 좌파 김대중 씨와 내각제 개헌을 하기로 야합(野合)하여 햇볕정책 창시자인 김대중 씨와 함께 절묘한 정치기술로써 2인자 권력을 손아귀에 집어넣고, 김대중 씨의 지휘아래 대한민국 역사를 역회전시킨 책임의 상당부분을 JP가 담당하였다는 사실은 실로 가슴 아픈 현대사의 검은 그림자다.

    DJ와 JP는 한국 정치사에서 전대미문의 권모술수에 능하고 지략에 뛰어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이름하여 이들을 정치 9단이라고 표현했다. 한마디로 전라, 충청지역 맹주들의 정치적 야합으로 한 때는 영원한 적(敵)이었던 사이가, 때려야 땔 수가 없는 동지가 되어 서로 힘을 합쳐 소위 햇볕정권을 탄생시켰다. 즉, 햇볕정권의 주연배우는 김대중 씨고, 조연배우는 김종필 씨다.

    햇볕정책의 과오를 얘기할 때는 의례히 햇볕정책의 창시자인 김대중 씨만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의 뒤안길을 망각한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일이다. DJ정권을 창출시킨 근본적인 요체는 JP의 교활한 정치술수가 포함되어 있음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DJ정권의 탄생을 가능케 한 것은 두말할 여지없이 JP의 절대적 공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대중 씨의 위장적 햇볕정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권력을 창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시 충청 맹주로 군림했던 김종필 씨라는 사실을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요즈음, 대한민국이라는 거함(巨艦)을 붉은 이념의 소유자들에게 ‘햇볕정책’이라는 ‘사술(邪術)’로써 침몰시키려고 했던 2인의 주역이 또 다시 대한민국 현실정치에 개입하여 국민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DJ는 대통령 퇴임 후 지속적으로 ‘친북반미’의 메시지를 대한민국 전역에 품어대며, 상왕(上王)처럼 시시때때로 현실정치에 개입하여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대조적으로 JP는 마치 햇볕정책에 자기가 책임이 없다는 듯이 조용히 칩거(蟄居)하며 침묵으로 살아왔다. 정말 DJ와 JP는 얄밉고, 성숙되지 못한 미련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긴 권력지향형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을 이 정도로 망쳐놓았으면 그만 좀 자중자애(自重自愛)할 것이지 또 얼마나 더 망쳐놓아야 직성이 풀릴는지, DJ와 JP가 현실정치 전면에서 한마디, 두 마디, 세 마디 해대고 있다. 물론 DJ는 ‘친북반미’의 상징처럼 대한민국 헌법이념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며 상왕처럼 행세하고 있는 바, 이는 참으로 가이없는 연민의 표현일 것도 같다. 얄팍한 고수들이 정치술수를 행사하려고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분탕칠을 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대한민국에 헌법에 대한 정의감과 국가관이라고는 눈 닦고 찾아볼 수 없는 DJ와 JP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적 행적과 최근 발언에 역한 미음이 울컥 솟는다.

    지난 10월 26일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은 김종필 씨는 그곳에서 연설을 통해 “프랑스 사람들은 어려울 때마다 ‘나폴레옹’과 ‘빅토르 위고’ 그리고 ‘잔 다르크’를 생각한다”고 운을 띈 뒤 “내년(2007대선)에 그런 위인이 출마한다면 전국을 다니며 한 표라도 더 얻게 뒷받침하는 것을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힘주어 표명했다. 한수 더 떠, “여러분들도 (나와) 함께 뛰어주기를 바란다”면서 그곳에 모인 추도객들에게 강력한 선거운동(?)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DJ집권 후 대한민국 헌법이념에 반(反)한 국가운영을 함께해왔던 이들 김대중·김종필 야합 구(舊)정치인 2인조(組)는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용어가 ‘조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그럴싸한 말들이다.

    바라건대, 김대중·김종필 제씨들이 행해야 할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길은 현실정치에서 과감히 물러서서 조용히 역사를 관조하는 시간을 갖는 것뿐이다. 차라리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침묵으로 국가의 내일을 위해 기도하는 자세와 지난날을 성찰하는 태도를 지니고 정치는 후진들에게 맡겨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낯간지럽게 ‘조국을 위해 봉사’ 운운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운운한다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누를 끼치는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할 것이다.

    정치인이란, 무대가 바뀌면 “떠날 때는 말없이” “곱게 그리고 조용히”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더욱 완전히 정치와 절연(絶緣)해야 한다. 대통령까지, 총리까지 해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훈수한다는 것은 무언가 좀 어색하지 않겠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듯한 발언은 노추(老醜)로 치환(置換)되어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떠난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끼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마이너스(-) 영향력을 행사한다고나 할까….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