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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공세,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원사격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던 24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선 이 같은 예상이 빗나갔다.
물론 열린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을 겨냥한 공세를 펼쳤지만 '거셀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공격의 화력은 약해 보였다. 오히려 '강단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오세훈 시장이 여당 의원들의 공세에 강경한 자세로 맞서 여당 의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연출됐다.
오 시장을 곤혹스럽게 만든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날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오 시장의 시정업무를 질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고 오 시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예상치 못한 공세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특히 오 시장을 비판한 그룹은 당내에서 친(親)박근혜 성향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경쟁자인 이 전 시장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날 오 시장에 대한 친박성향 의원들의 공격은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의원들의 공격 대상도 이 전 시장이 추진한 주요사업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은 '뉴타운 개발'로 인한 원주민들의 재정착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부분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뉴타운이든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낙후된 주거지역을 정비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것"이라며 "뉴타운 개발이 오랫동안 마을을 지킨 원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는 정책은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는 "오 시장은 현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이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오 시장은 "보기에 따라 다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아니어도 연 이주율은 20%나 된다. 이런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아까 말한 원주민 재정착률이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고분양가를 선동하는 것은 공공기관이다. 이 점은 인정하느냐"고 따졌고 오 시장은 "꼭 그렇다고 보기엔…"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자 이 의원은 "인정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이 의원은 "정부든 서울시든 임대주택은 서민층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서민들을 짐 싸게 만들어 떠나게 하고 이득만 본다. 앞뒤가 안맞는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오 시장은 "서민을 떠나게 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오 시장이 다소 불만스런 어투로 답변하자 이 의원은 "시 공무원 중에는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비판에 '다른 곳에 가서 살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뉴타운 정비만 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희수 의원도 오 시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정 의원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1조4000억원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장 연봉은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서울시의 13개 산하기관 중 4개 기관의 3년간 누적적자가 1조4000억원인데도 불구하고 기관장들 연봉은 억대가 넘고 적자가 나는데도 기관장 연봉인상률이 7.6%나 된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런 수치는 정부 가이드라인인 3%의 배가 넘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지적을 했는데 여전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인건비는 너무 비중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체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도 여전히 개선의 기미는 없다"며 "서울메트로는 연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3%였고 도시철도공사는 71%"라고 지적한 뒤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따졌다.
오 시장은 정 의원의 이런 지적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에 대한 행정부의 경영평가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받아쳤다. 정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한 오 시장의 설명이 이어지려 하자 "시간이 없다"며 말을 자른 뒤 "의지를 갖고 기획을 하면 좋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 뒤 질의를 마쳤다.
김석준 의원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거론하며 "오 시장은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정치개혁법으로 유명하다"며 "본인은 자유롭게 갔지만 그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이 고통 가운데 개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오 시장과 함께 국감장에 나온 서울시 관계자들을 겨냥해 "시장은 열심히 답변하는데 뒤에 관계자들은 팔짱을 끼거나 하품을 한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진구 정희수 의원 모두 당내에서 친박 성향 의원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 시절인 2005년 4·30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정 의원 역시 박 전 대표 시절 공천을 받아 같은 해 10·26 재·보선을 통해 배지를 달았다. 김석준 의원도 친박 내지 중립 성향의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