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전남지역 10·25재보궐선거 지원유세 등 ‘호남 공략’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현안에 대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난 11월부터는 ‘강연 정치’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지지율이 들썩이면서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아직까지는 “움직이면 뒤집힌다”고 확신하며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빅3’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박 전 대표는 국정감사가 한창인 만큼 당분간은 의정활동에 전념한 뒤 정기국회가 끝난 뒤인 12월초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 박 전 대표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북핵실험 문제다. 내년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북핵 문제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등 확실한 안보관을 보여 온 박 전 대표가 아니라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자 행동을 앞당긴 것이다.

    박 전 대표 측은 북핵 사태 이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오르는 원인을 그의 ‘불도저 이미지’에서 찾았다. 박 전 대표 측근은 “이 전 시장이 국보법 투쟁 등에서 보여준 것을 보면 박 전 대표에 비해 이념이 저쪽(좌)에 가깝다”며 “그럼에도 ‘국가 위기상황에 가장 잘 대응할 것 같은 후보’로 꼽히는 이유는 ‘남자’라는 점 등에서 비롯된 강할 것 같다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시장이 북핵 사태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지지율이 올랐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핵 사태가 터지자마자 박 전 대표는 이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며 대북경협과 대북지원 전면 중단, 남북관계 원점 재검토, 국제공조제체 강화 등 가장 뚜렷한 원칙을 제시했다”며 “다른 두 사람(이명박·손학규)에 비해 발언할 기회가 적다보니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전남 화순에서 만난 군민 김모씨(67)와 장모씨(65)의 말도 일맥상통했다. 호남지역에 살면서도 “이명박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은 “부시 같은 파워가 있는 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청계천을 만든 것 봐라. 자를 것은 자르고 밀어 붙일 때는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 위기에 이어 북핵 위기까지 닥친 국면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북핵 사태에서 비롯된 안보이슈 선점을 위해 대북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해법을 명확히 밝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예정이다. 18일 전남지역 10·25재보궐선거 지원유세차 해남을 방문해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강경한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자 이 전 시장에 비해 우위를 점했던 당내 조직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한 측근은 “의원들 중에 박 전 대표 지지율이 하락하자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의원도 있더라”면서도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면 상황은 100% 바뀐다”고 자신했다.

    전날 전남 지역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로 호남민들과 스킨십을 가졌던 박 전 대표는 19일 ‘한국노숙자선교연합회’ 대축제 행사에 참석해 사회적 약자들과도 눈을 맞췄다. 그는 축사를 통해 “가정이 있는데도 집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지내야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노숙자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숙자가 발생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으로 미력하나마 그런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고 만들어가는 사회는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은 아니라고 본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받는 분들을 보살피면서 그분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성장을 하고 활기찬 시장경제를 발전시켜가야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까지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누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 17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권선호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전주 대비(동일 기관 여론조사 결과) 2%P가량 상승한 24.5%의 지지율을 기록해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소폭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은 전주 대비 3%P가량 하락해 31.2%의 지지율을 얻었다. 다음은 고건 전 국무총리(16.6%),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6.3%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