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외교부 산하 사단법인 한민족언어문화진흥회의 일원(감사)으로 중국 동북 3성을 40회 가까이 방문했다. 중국 동포들(문화원, 학교, 노인정 등)에게 우리의 민속악기인 장구·북·꾕과리·징 등을 전달하고 동포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울 표준말 보급을 위한 웅변대회를 개최하는 등 잊혀져가는 우리 한민족의 문화와 얼을 심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비한 민간차원의 문화적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중국 동포들과 동포신문사 기자들의 증언을 통해 90년대 후반 북한 주민 300만명이 굶어 죽은 사실, 요덕수용소의 참상, 탈북자들에 대한 보복과 연좌제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탈북자 출신 장성산 감독에 의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알리는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막을 올리게 됐고, 유무형의 운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돕자는 차원에서 지인들과 함께 달포전에 관람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기아와 굶주림, 공개처형이라는 끔찍한 상황, 아버지를 비판하며 채찍으로 내리쳐야 하는 아들의 비정함’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인간의 세상을 다룬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동족으로서 분노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2005년 부시 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 강철환 기자의 ‘수용소의 노래’를 사서 소장하고 있었으나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있던 중 김정일이 민족명절에 선물(?)로 준 핵공갈에 대응해서 이 번 추석 연휴 동안 일독을 마쳤다.

    요덕 수용소 참상 소개는 몇 줄의 인용만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 “수용소 안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다 쥐를 잡아먹고 산다. 아마 쥐가 없다면 수용소 사람들은 10년이건 20년이건 고기라곤 한 쪼박(조각) 구경도 하지 못할 형편인 것이다. 나와 할머니와 동생 역시도 쥐를 잡아먹지 못했더라면 벌써 그곳에서 펠라그라와 영양실조로 죽었을 것은 뻔한 노릇이다.”

    지난 5일에는 김정일의 핵실험 도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요덕 스토리’가 다시금 미국에서 첫 해외공연의 막을 올렸다. 특히,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는 물론, 인권특사 등 대북정책 입안자들이 대거 참석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인권 특사는 “북한 주민들도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고, 정부를 택할 권리도 있다. 세계가 북한의 악행을 알 수 있도록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요덕 스토리에 대한 미 행정부의 깊은 관심은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의 걱정과는 달리 북핵의 당사자로 김정일에게 뒤통수 맞은 노무현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보다 더 여유가 있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핵실험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발표 1시간 30분 후에 아베 일본 총리는 “핵실험 용서 않겠다”고 화답했다. 노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 보다 14시간이나 지난 뒤에 “냉철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갱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시멘트를 계속 지원한다는게 웬말인가.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파산선고를 의미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햇빛정책으로 시작된 정부의 대북지원정책 결과는 결국 핵실험이라는 선물로 되돌아 왔다. 이제는 햇빛을 쬐어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6·15공동선언 폐기, 대북지원 전면 중단, 대북 경협사업 중단, 국제사회와 연대한 경제제재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전시 작통권 논의 재검토, 한·미·일 안보공조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여야를 초월해서 안보환경 대비를 위한 초당적인 대응태세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추석 민심은 “우리도 핵을 갖든지 대북지원을 중단하든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국에선 난린데 정작 우리만 무감각해서 되겠는가. 북이 핵협박 하는 판에 전작권 환수가 웬말인가.”였다.

    ‘요덕 스토리’가 세계인의 심금(心襟)을 울리고, 북한의 핵실험이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