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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의 눈'란에 이 신문 금동근 파리 특파원이 쓴 '스웨덴 좌파 정부의 오만'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그가 너무나 오만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좌파 정부가 총선에서 패한 이유를 묻자 사람들은 예외 없이 이렇게 지적했다.
오만했다는 질타를 받은 주인공은 전 총리인 사민당 당수 예란 페르손. 총리로서 어떻게 처신했기에 한결같이 이렇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한 기업인은 “그는 마치 미국 대통령과 같았다”고 비판했다. 독단적인 스타일로 권력을 휘둘렀다는 얘기다. 몇 년 전에는 총리 전용기를 도입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신문은 ‘스웨덴에 웬 에어포스원이냐’며 총리의 결정을 비꼬았다.
그의 거만한 태도는 국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게 실업 문제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지만 사민당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우파연합은 틈만 나면 실업 문제를 강조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실업률 해소책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별다른 실업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사민당은 투표일 10일 전에서 민심을 읽고 뒤늦게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민심이 이미 기운 뒤였다.
실업 문제뿐 아니다. 기업들이 높은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한 것도 오래전 일이다. 외국에 유학을 간 학생들이 귀국하지 않고 주저앉는 흐름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됐다.
사민당이 이끄는 좌파는 1932년 이후 두 번의 실각을 제외하고는 65년간 스웨덴 사회를 이끌어 왔다. 그만큼 유권자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누려 왔다.
굳건한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정권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일자리가 없다고, 치료 받기 힘들다고, 기업하기 힘들다고, 교육이 부실해진다고 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였다면 결코 패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2002년 3월 최고 61%였던 페르손 전 총리의 지지율이 올해 5월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이미 심각한 경고 신호가 나왔는데도 정부 여당은 이를 무시했다. 독단적이며 국민을 무시하는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 바로 이번 스웨덴 선거였다.
―스톡홀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