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7일 사설 <“크게 한 건 했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6일 물의를 빚었던 13일 이래 일련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분명한 사과로 보긴 어렵지만 설화(舌禍)파문은 일단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은 그 해명의 자리에서도 “이 일로 법원을 위해서는 ‘새로운 광명을 봤다’‘크게 한 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극적인 표현을 이어나갔다. 설화 파문을 겪으며 자신이 주창해온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 민사재판의 구술변론주의에 법조 안팎 여론이 초점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우리는 이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 구술변론주의는 법에 있는 얘기”라고 짚은 대목을 유의한다. 그 지적 그대로 1955년 형사소송법에 반영된 제도임을, 또 현행 재판의 기본 얼개는 공소장 일본(一本)주의가 그렇듯 어디까지나 공판중심주의임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이 대법원장의 공판중심주의 역설은 현행 얼개에서 더 나아가 검찰조서를 무시하고 법정진술로만 사실관계와 유·무죄를 가리자는 취지라면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진술권은 그만큼 더 확보될 수 있겠지만 법정이 ‘무한공방의 장’으로 빗나가게 되면 당해 사건의 재판도, 다른 사건의 재판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의의 지연이 곧 불의(不義)일진대 법정에서의 공방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보장이 없다. 법원이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기적 협력을 전제로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는 현행 재판구조의 장점을 살려나가면서 공판중심주의를 내실화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은 ‘법조3륜’ 표현에 대한 거부감을 여전히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진 “법원을 위해 한 건 했다”는 발언은 공판중심주의 강조가 법원 우월의식의 대변이라는 의심까지 자초했다는 게 우리의 우려섞인 분석이다. 문화일보의 26일 법관 20명 대면조사에서도 절반 가량이 이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부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