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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한나라-민주 공조’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불붙은 정계개편론 진화에 직접 나섰다. 한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연대론을 “삼류정치소설”로 치부하며 “당 대 당 통합이나 연대, 공조는 절대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김효석 원내대표와 정균환 부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민 공조’의 실체를 강력히 부인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의원모임에까지 참석해 “한-민 공조를 두려워 말라”며 한나라당과의 연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 대표지만 자신의 발언이 ‘한-민 통합론’으로까지 번지며 민주당의 정치기반인 호남지역의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자극, 당내외 반발을 사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이다. 지난 7·26보궐선거에서 ‘반(反)노무현’ 세력 연대로 조순형 의원의 당선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통해 향후 진행되는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잡아보려 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한-민 공조’라는 덫에 걸린 모습이다.
더우기 ‘한-민 공조’가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에 더 많은 실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도 한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동서화합’이라는 정치적 대의를 달성하기에는 민주당은 의석수 11석의 군소정당에 불과해 한계가 있는 반면,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주당의 호남 지분을 이용해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던 호남 지역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의 ‘한-민 공조’ 발언 이후 한나라당은 통합연대론 불씨를 살리려 애쓴 반면 민주당은 그 의미 축소에 분주했던 모습도 이를 대변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두고 요즘 한나라당이 경쟁적으로 통합, 심지어 합당까지도 이야기한다”며 “이는 다분히 정략적 의도를 가진 삼류정치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 같은 발상은 무엇보다 군사독재와 줄기차게 싸워온 민주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뿌리가 다르고 정통성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한국 정치의 두 축으로 지난 50년 한국정치를 이끌어 왔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치공학적 발상을 접고 민주당과 상호 선의의 경쟁을 통해 따듯한 생활정치를 펼쳐나가라”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좌우 이념 대립과 극한의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는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해 정치의 새 틀을 짜 따뜻한 생활정치의 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국민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대통령 후보를 적절한 시점에 절차를 밟아 선출하겠다”고 말했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창조적 공조를 이뤄내자”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치인들과 새 출발을 해 민주당의 정통성을 지킨다면 신당창당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화제를 ‘개헌론’으로 옮긴 한 대표는 “개헌은 시대적 산물로 국민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시기를 같이해 국민이 지불해야 할 정치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