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6일자 오피니언며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박광주 논설위원이 쓴 '국군의 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앞으로 닷새 후, 10월1일은 건군 제58주년 국군의 날. 올해도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기념행사들이 열린다. 모두 민·군화합을 기본 취지로 한 축제의 성격을 띤다. ‘7080세대’라면 국군의 날 행사에서도 적잖은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사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군의 날 행사는 정권의 권위를 과시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일종의 정치적 ‘상징조작’을 위해 활용된 측면이 강했다. 수천명의 병력이 미사일과 탱크 등을 앞세우고 서울의 옛 여의도광장에서 열병·분열을 하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가위 위압적이었다.

    군부대가 여의도 행사에 이어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시가행진을 할 때 연도에 나와 환호하는 인파의 상당수는 동원된 공무원, 학생 등이었다.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이었기 때문에 기념행사를 ‘볼거리’로 생각해 일부러 나오는 시민은 실상 많지 않았다. 시가행진하는 국군에게 화환을 걸어주는 유명 연예인들도 당시 문화공보부가 차출한 ‘지원 요원’이 태반이었다.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0년이다. 노동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과도한 공휴일’ 정리 차원의 조치였지만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군 중심의 문화 청산작업과도 어느 정도는 맥이 닿아 있었다. 어쨌거나 국군의 날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보루로서의 군의 존재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날로 정착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변경론자들은 항일투쟁을 위해 발족된 광복군의 근본을 좇는 것이 6·25전쟁 당시 국군의 38선 돌파일인 10월1일보다 당위성이 크다고 역설한다. 나름의 타당성이 없지 않지만 후속논리가 영 이상하다. 10월1일이 민족상잔과 식민사대사상에 뿌리를 둔 치욕의 날이라는 것이다.

    민족상잔의 주범을 격퇴하기 시작한 것이 어떻게 ‘치욕’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쫓겨간 그 주범 입장에서야 의당 치욕이겠지만…. 유엔군 도움을 얻은 사실을 식민사대주의로 매도하는 것도 침략 행위 당사자나 늘어놓을 수 있는 논리가 아닌가. 국군의 날조차 ‘북쪽의 심기’를 의식한 시비거리가 되는 것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