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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개인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한반도 대운하 현장탐사와 산업IT탐사에 이어 내주 호남탐사를 준비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희망한국국민연대를 창립하고 외연확대를 개시한 고건 전 국무총리, 일찌감치 100일간의 민심대장정에 나서 밑바닥 민심훑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난주 박 전 대표가 사무실을 열고 대권 행보에 가담함으로써 사실상 유력 대권주자들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이들의 성적표를 지난 한 주 여론조사결과에서 살펴본다. 지난 14일 발표된 리서치앤리서치(R&R), 리얼미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등 3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조사결과는 일제히 이명박 강세, 박근혜 보합, 고건 하락, 손학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R&R이 조인스닷컴, 미디어다음과 공동조사한 결과에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경합이 치열했다. 두 대권주자는 같은 조사에서 한달째 서로 수위 자리를 주고 받으며 오차범위 내 다툼을 벌였다. 지난 주에는 이 전 시장이 26.6%의 지지를 얻어 박 전 대표(25.8%)를 제치고 다시 1위에 올랐으며, 고 전 총리는 2주째 하락세를 보이며 18.7%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지난주 같은 조사보다 2.4%포인트 상승한 28.0%를 얻으며, 24.6%에 그친 박 전 대표를 3.4%포인트차로 따돌렸다. 최근 6주간 같은 조사에서 1위를 질주하다 지난주 박 전 대표에게 자리를 내주었던 이 전 시장이 다시 선두를 탈환한 결과다. 고 전 총리는 18.5%로 3주째 하락했다. 이 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손 전 지사는 4.8%를 얻어 '마의 선'이라는 5%대 진입을 눈앞에 두었다.
14일 KSOI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26.1%로 1위, 고 전 총리가 19.0%로 2위, 박 전 대표는 17.6%에 머물러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은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1.1%포인트가 빠졌지만, 박 전 대표는 21.7%에서 4.1%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고 전 총리는 2.3%포인트 상승했다. 이 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달 3.1%에서 1.7%포인트 오른 4.8%를 기록해, 1∼2%대 수준의 여권인사들과는 거리를 벌이며 선두권 진입을 노린다.
KSOI조사에서는 또 지지 정당과 지지 인물이 엇갈릴 경우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만약 지지하는 인물이 지지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나 독자 신당으로 출마할 경우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정당에 상관없이 그 인물을 지지할 것이다'는 응답이 무려 81.9%에 달했다. 반면 '후보에 상관없이 지지정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대권레이스 출발점에서 나온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이 전 시장측은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한반도 대운하 현장탐사 등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결과가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특히 고학력층, 고소득층, 도시, 자영업-봉급생활자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은 지지기반이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향후 이어질 호남탐사, 2차 대운하현장탐사, 외국활동 등도 지지세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늦게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측은 최근 여론조사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았다. 박 전 대표측 핵심관계자는 "지금 발표되는 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여론조사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강한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나라당을 이끌어온 박 전 대표로서는 여론추이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개인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대외접촉을 시작한 박 전 대표는 내주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는 등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에정이다.
고 전 총리측 역시 "여론조사야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라며 다소 부진한 여론조사결과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진 않았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외곽조직인 미래와경제 포럼을 활용해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활동에 나섰다.
손 전 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에 대한 네티즌과 여론의 호평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측은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지지세를 넓혀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지지율은 더 높아져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 전 지사는 강원도 홍천에서 17일간 머물며 대장정 80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