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제4기 헌법재판소가 15일 신임 헌법재판관 5인의 취임식을 갖고 출범했다. 그러나 직전일 퇴임한 윤영철 전 소장을 뒤이을 후임 소장이 공석인데다 선임 재판관 단1인도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식이라기보다는 상견례 형식이었다. 더욱 모호하기로는 5인 재판관의 자격이다. 이들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쳤지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제111조 2항에 비추어 아직 명실이 같은 재판관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임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물론 헌재법 제6조 3항은 재판관 임기만료일로부터 30일 이내의 후임자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5일로 제4기 헌재가 출범한다는 사실은 1988년 9월15일 제1기 헌재 출범 당시부터 예정돼온 만큼 5인 재판관의 취임을 취임답지 않게 한 것은 부자연스러울 뿐이다. 또다른 절차의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혼선은 청와대가 헌법 명문을 무시하고 헌재소장 지명 및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를 강행한 후유증이다. 전효숙 소장 후보의 6년 추가 임기를 확보하려 한 ‘코드 인선’이 국회의 청문절차를 원천무효 상황으로 내몰았고, 여기에 대법원·헌재의 사전 조율까지 겹치면서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위헌·위법 원죄가 독립·중립 헌재의 위상을 훼손한 데 이어 제4기의 출발까지 초라하게 만들고 만 것이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13일 ‘유감 표명’에 이어 15일 임채정 국회의장이 주선한 여야 원내대표 간담회에 참석,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우리는 이 비서실장이 노 대통령을 대행해 사과할 주체가 될 수 있을 리 없을 뿐 아니라 전효숙 카드를 밀어붙이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것 역시 가당찮다고 믿는다. ‘여당+비교섭단체 야3당’ 간담회가 19일 본회의 강행처리를 위한 ‘제2 정치담합’이어서도 안될 일이다. 오직 헌법절차 복귀만이 제4기 헌재를 바로세우는 정도(正道)의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