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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6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김성호 객원논설위원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차기 대선후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자들이 인터넷상에서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자유게시판에서 주고 받는 댓글 가운데는 상대를 ‘박그네’ ‘명바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된장녀’ ‘노가다’처럼 노골적으로 비꼬는 호칭 부르기도 있고, 더 나아가 악의가 배어나오는 비난도 있다. “그 쪽은 의료보험료를 1만5000원밖에 내지 않았다면서요?” 하면 “그 쪽은 아버지 빼고 나면 껍데기 아닙니까” 한단다. 네티즌들의 언어 예절이 자주 난폭해진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만, 이러면 안된다.
1999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개막을 앞두고 조지 W 부시 텍사스주 지사와 존 매케인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은 서로 자기 자랑으로 선거전의 막을 올렸다. 매케인 후보는 “당신의 친구들과 가족들, 나아가 이미 숨진 친구들까지 다 투표소로 데리고 오라”고 여유만만한 농담으로, 부시는 “내 정치 역정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을 맞고 있다”는 자신감 피력으로, 각각 지지자들을 즐겁게 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도 모름지기 이런 즐거운 선거 캠페인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선거분위기의 조기 과열만으로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거기에 악의섞인 비방까지 가세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즐거운 캠페인이 되려면 서로를 칭찬해 보는 것도 좋다. ‘박그네’ 쪽은 “청계천 시원한 물 줄기 모두 이명박 시장님 덕택입니다’하든지 ‘명바기’ 쪽은 “박근혜 대표님 지금도 그 고운 얼굴 얼마나 아프시겠습니까” 하든지 말이다.
한나라당은 엊그제까지 ‘정신 차리라’는 쓴소리를 듣고, 지금도 ‘전시 작통권 대란’에서 보이는 무기력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의 자중지란은 철 없는 짓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유례없는 압승을 거두었을 때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이렇게 충고했다. “이번 압승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 자력에 의한 성적표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대선 승리를 따놓은 당상이라고 지레 짐작한다면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후보 경쟁을 벌이는 인사들도 그렇다. 유능한 인재들의 정치판 입문 회피로 ‘분수에 맞지않게 호강을 누리는 게’ 바로 자신들의 위치라고 겸손해하면서, 지지 네티즌들에게 자숙을 호소하면 얼마나 좋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