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이 2009년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을 한국에 넘기겠다는 공식입장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2년까지 작통권을 환수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더 빠른 시점을 제시했다. 더구나 현재 40%를 밑도는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도 한국정부가 50%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제시함에 따라 한국정부가 작통권을 가져오는 대신 떠안아야 할 재정부담은 더욱 커졌다.
시기상조를 주장하던 한나라당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한 채 노 정부의 환수추진계획에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지금은 결코 아니다. 시기가 적당하지 않다. 제대로 준비도 안됐다. 돈도없다. 무엇보다 북한은 현재도 영변 핵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고 있고 핵실험을 준비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 국민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며 기존의 시기상조 입장을 재천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게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논의 중단 ▲북한의 핵실험 중단 촉구 ▲작통권 단독행사로 안게 될 재정부담 대안제시 ▲작통권 단독행사 공론 작업 ▲여야특별위원회 구성 ▲영수회담 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이는 결코 자주나 주권 회복 등 문제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노 정부는 나라의 생존과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뒤 "노 대통령이 진심으로 뭘 알고 그러는 건지, 자주라는 이름으로 안보장사를 하려고 하는지 회담을 해보자는 것"이라며 영수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15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선 평소와 달리 취재진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보통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은 뒤 각 언론사별로 한 명씩 질문을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아무도 질문을 신청하지 않았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준비한 한나라당으로선 다소 당혹스런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사회를 본 유기준 대변인은 "대표가 워낙 조목조목 설명을 해서 질문을 할게 없는 가 보다"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다.
그러자 한 취재기자가 영수회담 제안 배경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그것으로 질문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다른 취재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이 기자는 "미국정부도 돌려주겠다 하고 한국정부도 돌려받겠다는 상황에서 일개 야당의 주장이 얘기가 될 것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기자의 '일개 야당' 발언에 참석한 당 지도부는 매우 불쾌한 표정을 나타냈다. 질문을 받은 강 대표는 "우선 일개 야당이란 건… 국가안보는 90%는 걱정이 없더라도 1%의 의심이 가고 위험이 온다면 대비를 해야 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역사적 사명이다. 국회의원 126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 이 문제에 끌려갈 수는 없다"고 주장한 뒤 "일개 야당이라고 얘기해선 안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얼굴을 붉힌 강창희 최고위원은 "없으면 끝내요"라고 말했고 당직자들 표정도 순간 굳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