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의 2009년 이양과 향후 방위비의 '50 대 50' 부담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보도되면서 작통권 환수는 가정사실화 되었다. 이제 문제는 작통권 환수에 따른 막대한 방위비 부담과 이로 인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게 되었다.

    작통권 환수가 우리 안보에 미칠 파장도 문제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한마디로 말해 작통권 환수는 우리의 경제 현실을 철저히 도외시한 것이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가져다 주는 무리한 정책인 것이다.

    첫째 대내적 요인으로 막대한 비용의 조달 문제이다. 작통권 환수에 따라 우리 안보는 당장 유사시 1300조원에 달하는 전력 공백이 발생하게 되었다. 작통권을 환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은 1300조원에 달하는 전력을 자동적으로 증원하게 되는데 우리는 자주(自主)라는 명목 하에 이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이를 우리 국력으로 충당할 경우 10년치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할 액수이며 또한 국민이 한 가구당 15년 동안 해마다 1억 원씩 부담해야 하는 액수이다.

    현재 국방부는 2020년까지 62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국방개혁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평균 국방예산을 6.6%씩 늘려야 한다. 또한 국방부는 작통권 환수의 기반 마련을 위한 첨단무기 도입을 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51조원이 투입되는 국방중기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2010년까지 단기적으로 매년 평균 국방예산을 9.9%씩 늘려야 한다. 이제 미국이 작통권을 2009년까지 이양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2011년까지 투입하기로 한 151조원도 2008년까지 투입하는 것으로 바꿔야 할 판이다. 4%대에 머물고 있는 GDP 성장률, 재정적자와 고유가 지속 등을 고려할 때 예산 확보는 제대로 이루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자주라는 명분 하에 1300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자동지원을 걷어차고 621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하는 어리석음을 자행하는가? 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도 못한다고 하는 '자주국방'을 하겠다면서 621조원이라는 자주국방 계산서를 국민에게 들이대고 있는가? 거액의 군사비를 지출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등골이 휘다 못해 절단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주국방'은 아직 능력 밖의 일이다.

    둘째 우리 경제의 대외적 신용도에 미칠 악(惡)영향이 우려된다. 작통권 환수로 한미연합사, 유사시 미군의 즉각적인 자동지원 등과 같이 외부공격을 차단해 온 안전장치가 제거된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한번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식의 공갈 협박을 해오는 경우 증권시장은 동요하고 외국인 투자는 급속히 빠져나갈 것이며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에 이어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외자(外資)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유출되는지는 지난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997년 APEC 회의에서 "국제투기자본의 음모에 따라 약 2000억 달러의 국부가 순식간에 동남아에서 사라졌다"(1998. 8, 김경호, "돈의 충돌")고 말했듯이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자의 급작스런 이동으로 인해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안보환경의 악화로 경제에 위축을 가져오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외자가 빠져나가는 것은 한순간의 일일 수도 있다.

    최근에도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한국전력의 주식예탁증서(DR) 가격이 6.2%나 급락했고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뻔했던 사례가 있다. 또한 2003년 2차 북핵 위기시에도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A3 긍정적'에서 'A3 부정적'으로 두 단계나 낮춘 사례도 있다. 이처럼 작통권 환수로 인해 안보환경이 악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에 미칠 악영향이 심각히 우려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통권 환수로 인해 우리 경제에 초래될 부정적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라는 안보우산 아래 국방비를 절약하고 그 비용을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에 활용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민주정치의 실현도 가능했다. 멀쩡한 동맹을 해체하여 자존심을 고양하고 자주를 구가한들 정작 국력을 약화시키고 국제적으로 고립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작통권 환수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10월에 열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불과 2달 앞둔 시점에서 밝혀진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서신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통권은 한국의 요구에 따라 이양하는 것이지만 시기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언급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작통권 이양 시기를 2009년으로 앞당겨 제시함으로써 2012년을 제시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게 시기를 늦추려면 방위비 부담을 늘리라는 강한 메시기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 문제로 인해 SCM에서 양측의 심각한 입장 차이로 인해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이제 SCM을 앞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과 역할은 보수 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우리의 현실을 최대한 신속하고도 다양하게 미국의 조야에 전달하여 미국에게 심리적 부담을 줌으로써 작통권 환수 시기를 최대한 늦추도록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묘안이 없을 것 같다. 참으로 어이없는 현실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