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박두식 정당팀장이 쓴 '적반하장(賊反荷杖)'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가 뭘 잘못했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일부 신문 논설위원들과 만났을 때 한 얘기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이걸 꼭 묻고 싶은데, “불경스럽게 보일까봐 묻지 못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는 이 질문을, 한나라당·민주당 등 야당 의원 몇몇에게 던져봤다. 한·미 동맹 위기, 부동산 정책, 서민경제 파탄, 부적절한 언행 등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야당 의원들은 마치 정부 실정(失政)으로 꼽을 게 너무 많아서 숨이 차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몇 사람에게 “노무현 정부가 잘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해 봤다. ‘대략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탈(脫)권위, 돈 안 드는 선거 문화 정착 등 몇 가지를 꼽는 사람도 있었지만, 야당 의원들이 ‘잘못한 것’을 거론할 때 보였던 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잘잘못에 관한 대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이 정권 핵심인사들의 언행이었다. 정책 실패나 판단 잘못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늘 화(禍)를 더 키우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에서도 이런 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만 추려봤다.

    사례 1. 열린우리당은 ‘도박공화국’ 논란과 관련해 정부측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내심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줬으면 하고 바란다. 이에 대해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경우 인색한 적이 없었지 않았느냐”며,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했다. 한 여당의원은 ‘대통령이 사과에 인색하지 않다’는 표현 자체를 문제 삼으며 “대통령의 사과가 무슨 선물이냐”고 했다.

    사례 2.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여당 지도부를 만나, 대통령 조카의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에 대해 “전혀 걱정 안 해도 된다”면서 “(이번 사태가) 실무적인 정책 오류 부분만 밝혀지면 결국 이 정부에서 게이트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겠는가. 정부가 역(逆)홍보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권력형 비리(게이트) 여부는 앞으로 가려지겠지만, 사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온 나라를 도박의 바다에 빠지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나오는 말들은 마치 권력 비리 의혹에 대한 ‘결백’을 강조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감사원 감사 등을 지켜보자고 할 뿐,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해선 비켜서 있다. 여당이 벌써 ‘국정 실패’라고 규정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 등의 태도는 원인 규명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있다.

    사례 3.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남만 탓하는 식의 태도다. 어떻게 보면 이 정권에 체질화된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이 야당 대변인을 고소하는가 하면, 연일 비판신문 공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와대 쪽 주장을 보면, 마치 비판신문들이 이번 사태의 주범인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들이 없었다면 어디서 핑곗거리를 찾았을지 궁금하다.

    이런 식의 대응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말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내면서 남을 탓한다”는, 이 사자성어의 뜻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숱한 서민 피해자들을 생각한다면, 남을 탓하고 화를 낼 때가 아니다.

    이제 노 대통령에게 거꾸로 묻고 싶다. “국민들이 뭘 잘못했기에 이토록 힘들게 만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