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항 때부터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던 한나라당 '강재섭호'는 여전히 확고한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강재섭 대표의 리더십 논란 중심엔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불화설'이 자리 잡고 있다.

    7·11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당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하고 '민생탐방'이라는 명분으로 3주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인 이 최고위원을 두고 당내·외에서는 '또 다른 선장'이라고 하기도 한다. 3주간의 수해지역 복귀 활동을 마치고 이번 주 복귀한 이 최고위원은 24일에도 강도 높은 대정부 공세로 강 대표와 차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행성 성인게임 파문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문제 등에서 벗어나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반시장주의, 결과평등주의, 집단이기주의, 부정부패, 폐쇄적 민족주의를 '5대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왔다. 강 대표는 또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년·청년 실업자 살리기 대책인 '서민경제 살리기 3대 프로젝트'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다이야기'에 묻힌 민생경제를 챙기겠다는 강 대표의 호기 있는 발언은 오히려 '바다이야기 파문'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내각총사퇴까지 요구한 이 최고위원의 날선 노무현 정부 비판에 묻히는 모습이었다.

    당무 복귀 후 공개회의에서 언급을 자제해 온 이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작심한 듯 정부 여당을 공격했다. 그는  바다이야기 심의 허가 감독 과정의 관련 공직자 전원 사법처리, 도박으로 모인 자금 전액 환수, 실패한 사행성 성인게임산업 정책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가 발언 막바지에 '내각 총사퇴'까지 주장하자 회의장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세게 나간다"는 말들이 나오며 술렁였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실패한 정책 책임자를 반드시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수위를 점차 높이는 이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강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뒤적일 뿐이었다.

    '내각 총사퇴'까지 촉구하는 이 최고위원의 강도 높은 비판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강 대표보다 이 최고위원에 집중됐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두 사람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전국위원회의에서도 내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먼저 회의장에 도착한 이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눌 뿐 입장하는 강 대표와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강 대표 역시 다른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도 이 최고위원에겐 악수를 건네지 않았다. 강 대표가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건넬 땐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 쳐다보지도 않았다. 

    친(親)박근혜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학원 의원이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되자 이 최고위원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준비위원장인 권영세 최고위원이 강 대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참정치 운동'에 대해 설명할 때도 이 최고위원은 배포한 자료는 열어보지도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참정치 운동을 통해 대선승리를 이뤄내자는 권 최고위원의 발언에 모두 박수를 보냈지만 이 최고위원은 고개를 숙인채 침묵했다. 두 사람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서로에게 아무런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자리를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