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2일 특파원칼럼 <작통권―미국의 속셈 읽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국이 먼저 요구했다. 그런데 이젠 미국이 더 서두르는 모습이다. 왜 그런가. 워싱턴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작통권 논란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다.

    워싱턴의 많은 한국문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분석이 있다. 이들은 전시 작통권이 한·미 군사동맹 구조의 축이자 이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체제로 만드는 핵심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축을 빼버리면 동맹구조는 와해되고, 유지되더라도 효율성과 힘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이라고 했다.

    작통권을 ‘주권문제’로 보는 주장은 워싱턴에선 웃음거리일 뿐이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 동맹구조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 미국 정부는 그러면 왜 서두르는 것일까. 그 해답에 미국의 미래 대(對)한반도정책 구상이 들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한국의 군사전략적 의미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전하고 있다.

    냉전시대에 한국은 공산주의 저지 기지로서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가졌다. 그러나 이젠 동북아의 동맹 파트너는 일본이 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일 군사동맹이 ‘일체화’ 수준까지 발전해온 것은 미국은 이를 통해 일본을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주 파트너로 삼고, 일본은 이 미국의 전략을 역이용해 군사적 무장의 길로 나서는 등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통권을 넘겨주려는 것은 결국 한반도에서 발을 빼겠다는 얘기”라는 설명이 가능한 것도 이런 ‘새로운 일본’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배경에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깔려 있다. 미국의 작통권 이관은 9·11 테러 이후 추구해온 세계적 미군 재편 계획의 일환이라고 한다. 이미 미국은 주한미군 부분 감축, 용산기지 이전 등을 통해 꾸준히 주한미군의 신속 기동군화를 추진해 왔다. 결국 미국은 작통권 이관을 통해 현재 연합사체제의 동맹구조가 주는 막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길 바랐는데, 한국의 요구, 사사건건 쌓여온 한국 정부에 대한 좌절과 불신 등이 시기를 재촉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문제는 정부의 공식 설명보다 이면에 깔린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작통권 이관이 ‘지속 가능한 동맹구조의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말도 맞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동맹’은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와 속성의 동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동맹은 수많은 수준이 있고, “역사는 이름뿐인 동맹의 사례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말했다.

    엊그제 만난 한 한국 외교관은 “미국은 요즘 표정 관리에 바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죽겠지 뭐. 한국이 자주 국방을 하겠다니 앞으로 한국에 팔 무기가 엄청 늘어나서 좋고, 작통권을 넘겨줘 방위 책임 부담에서 벗어나서 좋고, 주한미군을 아무 때나 필요할 때 꺼내서 쓸 수 있게 됐으니 좋고….”

    미국에 한국은 언제나 세계전략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늘 바뀔 수 있다. “미국은 절대 한·미동맹을 깰 수 없다.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미국과 좀 다퉈도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한다. 참으로 냉전시대적 발상이고 바뀐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