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8월 9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단독행사(환수) 문제에 대해 "작통권 환수는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어느 때라도 상관없다"면서 "지금 환수해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온 나라가 작통권 환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한바탕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그랬던 노대통령이 8월 16일에는 "2012년 작통권을 환수하기 2년 전(2010년)에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때 중차대한 문제가 있다면 재협상을 할 수도 있다"고 무책임하게 말했고, 윤광웅 국방장관도 8월 17일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로드맵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작통권 2012년 단독행사 계획에 대해 "2012년은 어디까지나 목표 년도"라면서 "2010년부터 구체적으로 (한미간에) 협의하겠다"고 말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노대통령의 8월 9일 작통권 환수 발언은 우리 군의 실상에 대한 합리적 사고와 주변 환경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결여된 문제가 많은 것이었다. 첫째 우리 군의 전쟁수행 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4년 8월 남북한 전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 군의 군사력 지수는 북한군에 비해 육군 80%, 해군 90%, 공군 10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06. 8. 12, 동아일보) 이는 주한미군 전력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고려하지 않고도 이미 우리 군의 전쟁수행 능력이 북한군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이미 우리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어 대량살상무기를 고려하지 않은 남북한 전력 비교는 무의미하다. 게다가 작통권 환수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첨단무기와 고급정보는 현재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공유되고 있는 수준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어 우리 군의 전력에 결정적 악(惡)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북한의 군사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하하고 있다", "작통권을 환수해도 미국의 정보자산은 한국과 협력될 것이다"라고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둘째 주한미군의 역할과 지속에 관한 문제이다. 지난 3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미국 상원 군사청문회에서 "작통권을 한국군이 단독 사용하게 되면 주한미군은 지원 역할만 수행하게 될 것이며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도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주한미군은 지상군보다 해공군 위주로 지원 역할을 하도록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2006. 8. 17, 시스템클럽)

    주한미군의 지속과 관련하여 계속 주둔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은 언제든지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 필리핀의 사례는 여론과 정치권에서 '미군철수'를 계속 주장하면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북한이 작통권 환수를 국가보안법 폐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과 함께 3대 요구사항으로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는 속셈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작통권을 환수해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다", "숫자보다는 질적 능력이 중요하다"고 안일한 발언을 했다.

    셋째 작통권 환수가 정전체제에 미칠 악영향이다. 작통권 환수에 따른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필연적으로 유엔군사령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유엔군사령부를 남쪽 당사자로 하는 정전체제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게 되어 있다.

    베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7월 13일 국회 안보포럼 특강에서 작통권 이양 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정전협정의 유지에 관한 우리 정부의 답변을 요구한 점도 노대통령 발언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작통권 환수에 이어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북한은 북미 불가침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미군철수 등을 남북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는 지난해를 '미군철수 원년'으로 선포했던 국내 좌파와 김정일 정권이 노리는 것들이다.

    넷째 통일과 주변환경에 대한 대응전략의 문제이다. 작통권 환수에 따라 대북 억지력이 크게 취약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증강하는 경우 우리는 북한에 대해 결정적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다. 미국 또한 우리나라를 제치고 북한과 직접 거래하거나 북한 급변사태의 경우 이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에 따라 독자적으로 북한 문제를 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반도를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군의 남한 주둔 대신 북한의 변화 이후 북한 주둔도 무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국의 영향력 경쟁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는 소원해진 미국, 급속히 군사력을 증강해가고 있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 뻔하다.

    다섯째 작통권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다. 작통권은 노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주(自主)와는 전혀 무관한 개념이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공동으로 작통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어 자주를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더욱이 영국과 독일의 경우 전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이 작통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

    작통권 환수 추진 역사와 관련하여 노태우 대통령 정부의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은 "평시작통권 환수는 1992년 10월 위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되어 1994년 12월에 환수되었다"고 했으나 "노태우 대통령 정부에서는 전시작통권 환수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2006. 8. 11, 동아일보)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 군대에 대한 작통권을 갖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작통권 환수 문제는 노태우 대통령 당시 입안되고 결정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대통령의 발언은 무지(無知)의 소치이거나 의도적으로 과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작통권 환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앞서 제시한대로 작통권 환수를 주장해 놓고 반발이 거세지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점이 바로 노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특별한 정치적 목적이 있어 돌발적으로 작통권 환수를 주장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더 이상 자주를 빙자하여 국민을 오도하는 '신(新)안보장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안위가 걸린 국가안보를 정치적 목적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무책임하고 불필요한 발언으로 한미동맹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도널드 렘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조차 "미국도 자주국방을 못하고 있다"(2006. 8. 8, 조선일보)고 하는 상황이다. 이는 안보정책의 흐름이 단독방위체제보다는 연합방위체제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작통권 환수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작통권 환수 자체를 거론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남이 하면 문제가 안되고 왜 내가 하면 문제가 되느냐"는 논리로 더 이상 국민을 편가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언행을 자제하고 10월에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작통권 환수 논의가 중단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